롯데百 킨텍스 출장세일 현장
500억 원어치 물량… 최대 80% 할인 ‘롯데백화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장에 마련된 운동화 매장에 소비자들이 몰렸다. 프로스펙스 성인화는 3만9000원, 푸마 운동화는 3만7000원 등 최대 80%까지 할인된 가격에 판매됐고 3시간 만에 500여 켤레가 팔렸다. 고양=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롯데백화점이 또 한 번 대박을 터뜨렸다. 15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한류월드로 킨텍스 제2전시장 10홀에서 시작한 롯데백화점 출장 할인행사인 ‘롯데판 블랙프라이데이’ 얘기다. 이 행사는 18일까지 계속된다.
롯데백화점은 4월과 7월 서울무역전시장(SETEC)과 킨텍스에서 열었던 출장행사가 큰 성공을 거두자 자신감을 얻었다. 그래서 이달 초 2주간 진행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이후 또 한 번 베팅을 했다. 축구장 두 개 크기인 1만3000m²(약 3930평) 규모의 전시장에 총 360여 개 브랜드, 500억 원어치 상품을 대규모로 준비했다.
이날 가장 먼저 도착해 행사장에 첫 번째로 들어온 주부 윤정은 씨(35·여)는 “주부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 이 행사에 대한 소문이 나서 차를 대절해 쇼핑하러 오는 사람들도 있다”며 “다섯 살 아들을 위해 자동차 로봇 장난감 ‘터닝메카드’를 사러 일찍부터 왔다”고 말했다. 장난감 매장 ‘토이저러스’는 동시 입장 인원을 세 명으로 제한하고 터닝메카드 구매 수량도 한 사람당 5개로 제한했지만 3시간 만에 준비 물량 1000개 중 700개가 판매됐다.
롯데백화점은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진행된 1일부터 11일까지 매출 신장률이 백화점은 24.7%, 온라인 쇼핑몰은 26.7%, 가전 유통업체는 18.7% 증가하는 등 내수 경기 회복의 조짐이 보이자 살아나는 소비 심리를 이어가기 위해 대규모 출장 할인행사를 기획했다.
사실 이 행사 전 롯데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2주 동안 진행된 블랙프라이데이 후 다시 여는 대규모 할인 행사에 소비자들이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어떡하냐는 것이었다. 블랙프라이데이 때 대형마트, 편의점 등 다양한 유통채널의 제품이 싼 가격으로 시장에 나왔던 경험 때문에 백화점 물품만으로 진행하는 행사가 경쟁력이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하지만 이어지는 세일에도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었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 번 지갑을 연 사람들이 할인 행사에 혜택을 받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게 연장돼서 소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당분간은 회복된 소비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의 출장 할인행사는 소비자들의 급변하는 소비행태에 발을 맞추는 백화점의 변신이다. 경기 불황 속에 소비자들은 싼 상품을 다량으로 구매하기를 원했다. 처음에는 출장 세일을 꺼리던 협력업체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매장에 앉아 재고를 남기는 것보다 소비자 수요를 직접 찾아가 싼 가격으로라도 상품을 파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출장 세일에는 15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오는 고객도 많은데 이는 ‘쌀 때 산다’는 소비가 늘었다는 방증”이라며 “이에 대비해 상품과 행사를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손가인 기자 ga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