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어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7%로, 내년은 3.2%로 각각 0.1%포인트씩 내렸다. 정부는 그동안 우리 성장률이 세계 평균보다 높다고 자랑했는데 그것마저 뒤집혔다. 국제통화기금은 올해 세계 성장률을 3.1%, 한국은 2.7%로 전망한다. 내수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소비활성화 조치로 다소 회복됐지만 수출은 여전히 바닥을 기는 상황인데도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어제 국회에서 내년 총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예, 뭐…상황을 봐서…”라고 시인했다. “경제는 어떻게 하고 출마하느냐”는 추궁에 “경제는 저 말고도 잘할 분들이 많지 않느냐”고 농담처럼 말했다.
솔직한 답변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7월 국무회의에서 “개인 일정은 내려놓고 국가경제와 개혁을 위해 매진해 달라”고 당부한 지 석 달밖에 안 됐다.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 있는 사이 경제를 책임져야 할 부총리의 마음이 다른 데 가 있다면 다른 경제주체들에게 경제개혁에 매진하라고 외친들 영(令)이 설지 의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4대 개혁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 노동개혁은 노사정 대타협 이후 노동계와 야당의 반대로 답보 상태다. 교육개혁은 난데없는 국정 교과서 논쟁으로 빗나갔다. 공공개혁은 방만 경영을 척결한다고 했다가 공공기관 임직원의 연봉과 성과급을 올려주는 것으로 끝났다.
최 부총리는 어제 ‘초이노믹스’를 자평하면서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초이노믹스의)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경제성장률도 조금씩 나아지고, 전 세계적으로 다 어려워서 그렇지 우리는 선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화려한 정치권 복귀를 꿈꾸는지 몰라도 적잖은 국민이 지난해 7월 요란하게 출발했던 ‘최경환노믹스’에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