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사재기를 근절하자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달 초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음콘협)가 사재기 근절 대책을 발표했고, 이에 대한가수협회,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반산업협회 등 음악 관련 단체들이 환영의 뜻을 나타내며 음콘협의 대책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는 13일 ‘디지털 음악산업 발전 세미나’를 열고 사재기 근절을 위한 토론회도 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누구도 사재기에 대한 실체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사실상 ‘갑을관계’에 있는 유통사와 일부 제작사들의 얽히고설킨 ‘생태계’로 인해 적극적인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허한 외침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기도 한다.
사재기에 대한 정황이 많이 제기되지만, 누구 하나 ‘사재기를 했다’는 사람이 없다. ‘누가 했다더라’는 의심만 할 뿐이지, 실체적 증거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음악사이트 측도 “비정상 데이터를 차단하는 필터링 작업으로 사재기는 통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그 ‘유령’ 때문에 가요계에서는 서로를 의심하는 불신만 팽배해지고 있다. 음원차트 상위권의 음악들을 ‘사재기의 결과’로 보는 시선이 생기고, 이 때문에 억울한 사람, 분통 터지는 사람만 늘어난다. 이미 어느 기획사는 사재기 루머에 대해 소송까지 제기했다.
보다 못한 몇몇 제작자들이 모여 “서로간의 의심을 거두고, 양심에 따라 공정경쟁을 하자”고 결의하는 동시에 실질적인 사재기 근절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그러나 이 마저도 곳곳에서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우선 ‘사재기’에 대한 정확한 정의부터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열성 팬들이 ID를 대거 생성해 자신들이 응원하는 가수의 음악듣기 횟수를 높이는 일을, ‘사재기’로 봐야할 것인지부터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순수한 팬심까지 처벌해선 안 되겠지만, 이런 행위도 엄격히 따지면 순위를 높이려는 ‘의도’가 있으니 사재기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또한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동료 제작자들을 과연 고발할 수 있겠느냐”는 온정적 의견도 나온다. 급기야는 “누군가가 양심고백을 하지 않는 한 사재기 현장을 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마저 나온다.
음악콘텐츠의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작자들이 스스로 양심을 지키는 일이 사재기 근절의 가장 빠른 길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현실에서는 결국 ‘유령’의 실체를 밝혀 내는 수밖에 없다. 그 유령은 지금 음악 콘텐츠의 공정경쟁을 해치고, 기획사간 불신과 반목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흐지부지되고 말 것”이라는 자조는 거두어야 한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