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김경문 감독(왼쪽)과 두산 김태형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무려 25년간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데 얄궂게도 올해 플레이오프에서 격돌하게 됐다. 두 사령탑이 올 시즌 개막전을 앞두고 악수를 나누는 모습. 스포츠동아DB
■ 18일 NC-두산 PO 1차전…하늘같은 스승과 닮은꼴 제자 ‘얄궂은 가을 빅뱅’
배터리코치와 포수, 감독과 배터리코치
OB시절부터 맺어온 25년의 사제 인연
가을야구서 ‘닮은꼴 야구’로 정면 충돌
“김태형 감독이 잘할 거예요.”
김태형 감독도 두산 지휘봉을 잡은 뒤 김경문 감독에게 가장 먼저 전화를 걸었다. OB 시절부터 선배로, 스승으로, 감독으로 모셨던 김경문 감독에게 기쁜 소식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스승은 제자의 감독 부임 소식에 “축하한다. 힘들겠지만 열심히 하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김태형 감독은 김경문 감독의 응원에 힘입어 부임 첫 해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김경문 감독은 팀 창단 이후 첫 플레이오프(PO) 진출을 달성했다. 그리고 25년간 인연을 이어온 두 감독이 18일 오후 2시 마산구장에서 열릴 ‘2015 타이어뱅크 KBO 포스트시즌’ PO 1차전에서 격돌한다.
현역시절 포수 장비를 차고 있는 NC 김경문 감독(왼쪽)과 OB 입단 후 앳된 모습의 두산 김태형 감독.
둘의 인연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 김태형 감독이 OB에 입단했을 때 김경문 감독은 태평양으로 이적한 상태였지만, 이듬해 친정팀으로 돌아오면서 1년간 함께 선수로 뛰었다. 이후로도 두산에서 지도자와 선수, 지도자와 지도자로서 호흡을 맞췄다. 2001년에는 김경문 배터리코치와 김태형 주전 포수가 힘을 모아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이어 김경문 감독이 2004년 두산 사령탑이 되면서 김태형 감독을 배터리코치로 중용했다.
김경문 감독은 김태형 감독에 대해 “선수 시절부터 리더십이 있었다. 주장으로서 선수단을 장악할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김태형 감독의 선수시절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라커룸 분위기를 해치면 외국인선수도 예외 없이 군기반장인 그에게 불려나가 혼쭐이 났다.
질기고도 긴 인연을 지닌 두 감독이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비슷한 야구 컬러를 지닌 두 팀의 격돌이어서 더 관심을 모은다. 사제지간이었지만 이제는 적으로 만난 두 감독. 과연 누가 최후에 웃게 될까.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