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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불복-교과서-선거구… 與野 ‘3대 전선’ 대치

입력 | 2015-10-16 03:00:00


與 “이념편향 교과서 OUT” 새누리당은 15일 의원총회를 마친 뒤 국회에서 ‘국민통합을 위한 올바른 역사교과서 만들기’ 결의문을 발표하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병석 의원, 원유철 원내대표, 김무성 대표, 김을동 이인제 최고위원.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역사 교과서 국정화와 선거구 획정 문제에 더해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의 ‘대선 개표 부정’ 발언까지 겹치면서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6개월 남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지지층 결집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양상이다.

타협의 정신이 사라진 곳에는 상대의 존재를 부정하는 막말과 고함만이 난무하고 있다. 노동개혁 법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예산안 처리 등 산적한 현안 속에서 민생은 또다시 외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대선 승복 뒤집나” vs “교과서 덮으려는 책략”

새누리당은 15일 의원총회를 열고 △강 의원 사퇴 △새정치연합 공식 사과 △강 의원 출당 조치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강 의원 징계안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출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강 의원의 ‘대선 개표 부정’ 발언을 “국민을 모독하고 국기를 흔드는 정치테러”라고 성토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강 의원을 국회 운영위원과 원내부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등 파문 진화에 안간힘을 썼다. 강 의원은 이종걸 원내대표와의 통화에서 “당에 혼선을 빚게 해 미안하다”며 사퇴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당 차원의 사과 및 출당 조치를 요구한 것에 대해 문재인 대표는 “국정교과서 국면을 덮어 나가려는 정치적 책략”이라고 일축했다.

2012년 대선후보였던 문 대표는 “대선 이후부터 사회 일각에 강력하게 남아있는 의혹들이 아직 다 해소되지 않은 걸로 보인다. 선거무효확인소송이 3년 가까이 대법원에서 판결이 나지 않다 보니 의혹을 가진 사람은 지금까지도 의혹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 여운을 남겼다.

새누리당은 발끈했다. 김용남 대변인은 “대선 결과 승복 선언을 뒤집는 꼴”이라고 지적 했다.

새정치연합 일각에서는 강 의원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부겸 전 의원은 “어떤 운동선수가 시합에 져 놓고 3년 지나서 ‘오심으로 졌다’고 떠들고 다니느냐”며 “강 의원이 공개 사과하고 발언을 취소해야 한다”고 했다.

야당은 또 전날 “우리가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자위대의) 입국을 허용할 것”이라고 말한 황교안 국무총리를 정조준하며 전선 확대를 시도했다. 새정치연합은 15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21세기 친일 극우파의 커밍아웃 선언”이라고 비판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유신 희생자’ 추모한 문재인 15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운데)가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고 장준하 선생의 아들 장호권 씨(왼쪽) 등 인혁당 사건 유가족과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좌파의 사슬” vs “국민항복 시대”

새누리당은 의총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 찬성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역사전쟁’을 위해 여권 단일 대오를 선언한 셈이다.

김무성 대표는 “(현행 역사) 교과서는 ‘악마의 발톱’을 감춘 형태로 교묘하게 표현돼 있지만 학생 자습서와 교사용 지도서는 완전히 좌편향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교과서 집필진 구성 과정부터 학교에서 교과서를 채택하는 과정이 전부 ‘좌파의 사슬’로 묶여 있다”고도 했다. 박명재 의원은 “전쟁이다.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은 제2의 건국운동”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장외투쟁을 병행하며 국정화의 문제점을 알리는 행보를 이어갔다. 문 대표는 이날 ‘유신 독재 희생자’ 유가족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할아버지인 우당 이회영 선생 순국 83주기 추모 학술회의에 참석해 “할아버지를 뵐 면목이 없다”며 눈물을 쏟았다.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역사 쿠데타에서 회군하라”고 한 이 원내대표는 “박정희 대통령이 ‘국민항복’ 시대를 만들려고 했던 것이 실패했고, 이제 이데올로기를 동원해 국민항복 시대를 만들려는 재시도 역시 실패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 산 넘어 산…대치 정국 장기화 가능성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은 교착 상태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야 간 의견 대립으로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획정안을 제출하지 못한 뒤에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개점휴업 상태다. 여야 지도부 협상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지만 여의치 않다. 당초 이날로 예정됐던 양당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 간의 ‘3+3 만찬 회동’도 취소됐다. 양당 대표 채널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여야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필요한 44억 원의 예산 배정을 놓고 다시 한 번 정면충돌할 기세다. 새정치연합은 “단 한 푼의 예산도 배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벼르고 있다.

장택동 will71@donga.com·한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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