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공급업종 선제적 사업재편땐 세제-금융 혜택 등 주는 ‘원샷법’ 野 “대기업 특혜” 상임위 상정 막아… 경제위기 탈출 골든타임 놓칠 우려
한국 경제의 활력을 되찾기 위한 산업 구조조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관련 법안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야당이 처리에 미온적인 데다 법안이 5개 상임위에 걸쳐 있어 합의 도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제조업이 사업재편을 통한 위기 탈출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회에 따르면 7월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은 3개월째 국회 상임위에 상정조차 못한 상태다. 소관 상임위는 산업통상자원위원회지만 상법, 세법, 공정거래법 등의 개정과 연계돼 있어 법제사법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정무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등 총 5개 상임위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기활법은 워크아웃, 법정관리 등 부실기업을 사후에 지원하는 기존 구조조정 제도와 달리 정상 기업의 선제적이고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법이다. 과잉공급 업종의 인수합병(M&A) 등 사업구조 재편 시 절차를 간소화하고 세제·금융 지원 등의 혜택을 주는 것이 핵심이다. 암이 퍼진 뒤에 항암치료를 하기보단 초기에 용종 단계에서 도려낼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여당은 기활법을 연내에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3일 기활법 공청회에 참석해 “우리 경제의 성장을 이끌었던 제조업의 성장이 정체돼 새로운 산업으로 진출하는 사업 구조조정이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라며 “(기활법을) 당에서 확실히 밀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이 ‘대기업 특혜법’이라며 반대하는 데다 상법, 공정거래법, 조세특례제한법 등 관련 법률의 개정이 필요해 여야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공론화가 더 쉽지 않다.
자발적인 사업재편이 시급하지만 기업들은 기활법 통과만 기다리는 상황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제조업체 5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79.2%가 기활법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입법 여부와 관계없이 사업재편을 추진하겠다는 기업은 3.4%에 불과했고, 대다수(80.8%)는 ‘지원 혜택 등 조건에 따라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