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자동차에 몸 맡기고 회사에 출근, 음성통역 앱으로 바이어와 대화 술술…
《 아침에 일어나 손가락만 까딱이면 TV가 켜지고, 무인자동차가 출근길을 책임진다. 스마트폰에 깔린 자동통역 애플리케이션(앱) 덕분에 외국 바이어와의 미팅에서도 막힘없이 대화를 나눈다. 영화에서나 봄 직한 장면이 현실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일상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더 스마트하게 만드는 ‘소프트 라이프스타일(Soft Lifestyle)’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손가락과 팔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제스처 밴드’를 개발해 지난해 6·4 지방선거 선거 개표 방송에서 첫선을 보였다. 제스처 밴드를 차면 주먹을 쥐는 동작만으로 원거리에서 전화를 받을 수 있고, 주먹을 가볍게 두 번 쥐었다 펴는 것만으로 전화를 거절할 수 있다. 》
13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개최된 ‘열린 ETRI 2015’ 행사에서는 소프트 라이프스타일 기술의 대표주자들이 대거 등장했다. 특히 이 기술 대부분은 국내 중소기업에 이전돼 조만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무인자동차 개발에 사용 중인 시뮬레이터. 연구진은 무인자동차의 눈 역할을 할 3차원(3D) 카메라 개발에 성공해 이를 기반으로 연구소기업을 설립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제공
ETRI는 10cm 단위로 거리를 인식하고 최대 1km까지 내다볼 수 있는 3차원(3D) 카메라 ‘세미눈’을 개발해 현재 이 기술을 토대로 연구소기업을 설립했다. 지금까지 무인자동차용 3D 카메라를 개발한 나라는 미국이 유일할 만큼 이 분야의 미래는 밝다.
송민협 ETRI 광무선융합부품연구부 선임연구원은 “경쟁사의 3D 카메라는 1억 원에 육박하지만 세미눈은 100만 원 수준이어서 가격 경쟁력이 있다”며 “차량 내부에 탑재하는 방식이어서 차체의 떨림에도 큰 영향이 없고 눈비 등 외부 환경이 악조건인 상황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3개 언어 자동통역 앱인 ‘큐스픽’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개발한 자동통역 앱 ‘지니톡’을 토대로 개발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제공
“여기서 지하철역까지 얼마나 걸립니까?”
큐스픽은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3개 언어를 인식해 자동으로 통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애플의 음성인식 서비스인 ‘시리’와 달리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사용자의 말을 스스로 알아채고 통역을 시작한다. 언어 설정도 필요 없다. 사용자의 언어 인식 정확도는 90%에 이른다. 통역의 정확도도 80%나 된다.
김상훈 ETRI SW기반기술연구본부 자동통역연구실장은 “2012년 연구원에서 개발한 스마트폰 자동통역 앱 기술을 중소기업에 이전했다”며 “기술 이전 이후에도 서로 머리를 맞대고 사용자 편의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한 결과 현재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32곳에서 나오는 소리로 생생한 음향을 제공하는 ‘다채널 음향시스템’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중소기업지원 사업을 통해 완성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제공
최근 1000만 관객을 넘기며 흥행에 성공한 영화 ‘암살’과 ‘베테랑’은 촬영할 때 3D 입체음향 시스템을 썼다. 이 시스템은 스피커 30개와 우퍼 2개 등 무려 32곳에서 들려오는 듯한 소리를 연출한다. 천둥이 머리 위에서 내리치고, 총알이 옆에서 비스듬히 날아가는 것처럼 들리는 식이다.
한동원 ETRI SW콘텐츠연구소장은 “소프트 라이프스타일은 사용자의 생활 습관을 전자기기가 능동적으로 알아채고 도움을 주는 기술”이라며 “중소기업마다 특화된 기술을 보유한 만큼 연구원과의 협업을 통해 차별화된 지능형 콘텐츠 개발에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