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세력확대… 요충지 한때 장악 美철군이후 안보상황 악화 우려… 오바마 ‘전쟁 종식’ 큰 그림도 차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내에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철군을 사실상 완료한다는 계획을 포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5일 “현재의 파견병력 9800명을 2016년 말까지 유지하고 2017년에도 5500명 수준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9800명인 아프간 주둔군 병력 규모를 내년까지 5500명으로 줄이고 2017년 이후 1000여 명의 최소 인원만 남겨둔다는 당초의 철군계획을 자신의 임기 이후까지 미룬 것이다. 최근 아프간 반군세력인 탈레반이 아프간 북부 요충지 쿤두즈를 일시 장악하는 등 아프간의 안보 상황이 악화되자 철군 계획을 전면 수정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아프간 정부의 요청으로 미군 주둔을 좀 더 연장하는 것일 뿐 (지난해 발표한) 아프간전 종전 선언 상황이 바뀐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신의 임기 내에 아프간에서 손을 떼겠다는 계획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다.
탈레반은 지난달 28일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북쪽으로 250km 떨어진 인구 30만 명의 쿤두즈를 함락시켰다. 2001년 미국 주도 연합군의 아프간 장악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전략 요충지를 빼앗긴 것이다. 그러자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압도적 병력을 동원해 쿤두즈를 곧 탈환하겠다”며 미군의 지원하에 1만7000명의 병력을 동원해 대대적 탈환작전을 펼쳤지만 보름이 지난 이달 13일에야 재탈환에 성공했다. 탈레반은 당시 쿤두즈에서 물러났지만 이번엔 2000여 명의 병력을 동원해 남동부 거점도시 가즈니에 대한 군사공세에 나섰다. 아프간 정부군이 탈레반과 알카에다의 근거지인 남동부 파키스탄 국경지대에 병력을 집중했다가 북부지역에서 뒤통수를 맞으면서 과연 미군 없이 탈레반에 맞설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워싱턴 정가에 퍼졌다.
아프간 주둔 병력을 5500명으로 유지할 경우 매년 150억 달러(약 16조9000억 원)의 예산이 들어가 1000명 수준으로 줄일 때에 비해 50억 달러 이상이 더 소요될 것으로 워싱턴포스트는 추산했다.
이로써 이라크에 이어 아프간에서도 미군 철군 계획을 관철해 9·11테러 이후 벌어진 전쟁을 끝내려 했던 오바마 대통령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아프간전은 2001년 9·11테러 한 달 뒤 시작돼 올해까지 14년간 이어지고 있어 이전까지 미국의 최장기 전쟁이었던 베트남전(1964∼1975년)의 11년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4년 5월 당시 “역사의 한 장을 넘기겠다”며 아프간 철군 계획을 발표한 뒤 군부 지도자와 야당인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를 밀어붙여 왔다. 지난해 12월에는 공식 종전선언까지 했다.
하지만 미군 철군 이후 이라크가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숙주가 돼버린 상황이 아프간에서도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와 반발 앞에 고집을 꺾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오락가락하는 행보로 미국을 곤혹스럽게 해왔던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 후임으로 올해 취임한 가니 대통령도 줄기차게 미군 주둔 연장을 요구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