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검문검색 강화에 맞서… 팔레스타인 청년들 ‘총 대신 칼’ 중동 유목문화 ‘보복의 전통’ 영향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갈등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팔레스타인인들의 칼을 이용한 일명 ‘흉기 테러’가 새로운 보복 유형으로 등장했다고 CNN이 15일 보도했다. 중동 지역에서 일상화된 자살폭탄 테러나 로켓 보복 공습이 아닌 칼로 직접 응징하는 ‘구시대적 폭력(low-tech violence)’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이달 들어 예루살렘에서만 발생한 ‘칼의 보복’은 10건에 달한다. 흉기 공격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현지 외신들은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총 대신 칼을 드는 이유를 최첨단 장비와 병력을 동원한 검문 검색으로 총기 소지 자체가 어렵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자살폭탄 테러나 총격 보복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감시의 눈을 상대적으로 피하기 쉬운 ‘칼’이 선호되고 있다는 것. 이와 함께 중동지역 유목문화에서 유래되는 ‘보복 전통’과도 관련이 깊다. 자원과 기후가 척박한 중동 지역에서 유목민들은 이웃 부족이 자신의 부족 일원이나 가축을 해칠 경우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보복을 했다는 것.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중동·아프리카학) 교수는 전화 인터뷰에서 “직접 손에 피를 묻혀야 하는 칼은 중동지역 유목문화에서부터 유래된 ‘보복의 전통’과 맞닿아 있다”며 “중동에서 아직까지도 총살이 아닌 칼을 이용한 참수가 이뤄지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주간 격화된 이-팔 분쟁에서 이스라엘 사망자는 8명인데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32명에 달한다. 이처럼 피로 물드는 이-팔 사태가 격화되면서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14일에도 예루살렘의 유명 관광지에서 팔레스타인 청년이 이스라엘 군인을 흉기로 공격하려다 사살됐다. 이스라엘 정착촌 주민들이 팔레스타인 농가를 돕던 영국인 자원봉사자까지 돌로 공격한 사건도 발생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이날 영국인 데이비드 아모스 씨(66)는 요르단 강 서안 지역 부린에서 팔레스타인 농부들의 올리브 수확을 돕던 중 갑자기 나타난 인근 이스라엘 정착촌 주민 8, 9명으로부터 돌을 맞고 머리 부상을 당했다. 신문은 “아모스 씨와 함께 있던 영국인 여성 자원봉사자 두 명이 ‘우리는 영국인’이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소용없었다”고 당시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