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국 의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교황의 발언은 경선 가도를 달리는 미국 대선주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인들의 65% 이상이 이례적으로 ‘교황을 매우 좋아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한국 국민은 미국 대선 자체보다 대선주자들의 이색적인 발언에 주목했다. 미국 대선은 아직 한국 국민에게 ‘하나의 에피소드’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 전체 대선자금의 절반가량이 단 158개 엘리트 가문의 기부금에서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압도적인 다수는 공화당 지지자였다”거나 “미국 여성 대선주자 칼리 피오리나 ‘한국 기생파티’ 가봤다”거나 도널드 트럼프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무슬림이다. 그는 외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추방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미국 대선을 포함한 글들 가운데 많이 등장했다. 9월 15일부터 한 달 동안 ‘미국 대선’이라는 키워드를 언급한 문서는 고작 6000건에 불과했다. 한국 누리꾼들은 미국 대선을 적시하지 않고 직접 후보들의 이름을 호명했다.
@mind****가 올린 “미 대선을 앞두고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샌더스 상원의원의 명연설 ‘주 40시간을 일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빈곤 속에 살아서는 안 된다’”는 글은 1146회나 리트윗됐다. “1%에게 있는 권력을 빼앗아 99%에게 돌려줄 때가 됐다. 이것이 정치혁명이고, 여러분들이 바로 주인공이다”라는 샌더스의 말은 여러 누리꾼들이 반복해서 퍼 날랐다. 소득불평등 해소를 바라는 누리꾼들의 소망이 반영된 것이다. 지난 3개월 동안 샌더스를 언급한 문서는 2만9311건이 검색됐다. 미국에서 그렇듯이 민주 사회주의자를 표방한 샌더스 열풍이 한국에서도 확인된 셈이다.
언급량에서 사회주의자를 누른 것은 엘리트가 아니라 괴짜였다. 공화당 후보로 나선 괴짜 트럼프는 샌더스보다 더 많은 언급량을 기록했다. 트럼프를 언급한 문서는 무려 4만8003건이 검색됐다. @bbtt*****가 올린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후보 경쟁상대 피오리나를 두고 ‘저 얼굴을 봐라. 누가 투표하고 싶겠는가’라고 말하자 그녀는 그 말을 그대로 되받아 ‘이 얼굴을 보세요’라는 광고를 만들었습니다”라는 트윗은 400회 넘게 리트윗됐고 “한국은 미국에 빌붙어 거저먹는다. 한국은 언제나 우리 미군의 주둔 대가를 지불할까”라는 트럼프의 한국 관련 발언도 많이 퍼져 나갔다. 트럼프의 과격한 행보는 초기 신드롬을 일으켰으나 최근에는 주춤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 같은 추세는 한국의 소셜미디어에도 반영되고 있다.
애초 미국 대선의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혔던 정치 엘리트 힐러리 클린턴 언급량은 지난 3개월 동안 1만6942건에 그쳤다. 한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뚜렷한 이슈를 만들지 못했다는 뜻이다. 물론 미국에서도 2008년 버락 오바마와의 경선에서 패배한 추억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빌 클린턴과 관련된 흥미 위주의 글이 많았다. @radi*****가 올린 “어느 날 클린턴 부부가 주유소를 갔는데 거기 주인이 대학시절 힐러리와 사귀었던 남자 중 하나였다. 빌이 말했다. ‘당신이 나 아닌 쟤랑 결혼했으면 지금쯤 주유소에서 기름이나 넣으며 살았겠지?’ 힐러리가 대답했다. ‘아니 저 사람이 미국의 대통령이었을 거야’”라는 글은 400회 넘게 퍼져 나갔다.
정치 명문 출신인 힐러리와 젭 부시의 빅 매치가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한 미국 언론들은 체면을 구겼다. 미국 대선 프라이머리의 전반전은 샌더스와 트럼프의 것이었다. 저성장과 소득불평등이 만들어낸 대중의 절망이 기득권 정치구조를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