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영 사회부 차장
내가 사는 동네만 수준 이하의 이런 교통문화를 보이는 건 아니다. 전국 어느 도로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고, 더 자세히 보면 도로뿐 아니라 이런 ‘우회전 경적’은 사회 곳곳에서 들을 수 있다.
경기 용인에서 발생한 ‘캣맘 벽돌 살인사건’도 이 범주에 들어갈 만하다. 아파트 화단은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인데 고양이를 위한 보금자리를 만드는 게 불만인 누군가가 ‘우회전 경적’을 벽돌 투척이란 극단적인 방법으로 표출했다. 나뿐 아니라 다른 누군가도 그 공간을 사용할 권리가 있지만 내 권리만을 앞세운 끔찍한 범죄다.
물리적 심리적 공간이 충분하면 이런 ‘우회전 경적’은 울릴 일이 없다. 도로가 시원하게 뚫려 있고 신호 체계가 첨단화되어 있다면 우회전하려고 경적을 울리지 않아도 빨리 교차로를 지날 수 있다. 아파트가 아니라 다들 널찍한 단독주택에 살 수 있고, 고양이 보금자리도 한적한 곳에 만들어 줄 수 있으면 캣맘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을 게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아파트에서 나와 복잡한 출근길을 걸어야 한다. 어느 때 어느 거리에 나서도 한적함을 느끼기 어려운 게 이 나라다. 물리적 공간이 부족한 탓이다.
기다리며 지켜봐 주는 마음. 공자님 말씀 같긴 하지만 물리적 공간을 늘릴 재간 없는 터이니 유일한 해법 아닐까 싶다. 앞차가 조금만 앞으로 나가 주면 내가 빨리 우회전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길어야 1, 2분 후면 켜질 직진 신호를 기다리면 우회전 경적을 울리지 않아도 된다. 남은 하고 싶어 하고 나는 원하지 않는 고양이 터전이 생겨도 잠시 기다리고 지켜봐 주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이게 갈등을 줄이며 살아가는 현실적 대안이지 싶다.
이동영 사회부 차장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