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오늘 새벽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문제를 최고의 시급성과 확고한 의지를 갖고 다루기로 합의”한 ‘2015 북한에 관한 한미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북이 탄도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대가를 치르겠지만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진정한 의지를 보일 경우 ‘밝은 미래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 골자다. 성명은 특히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조속히 복귀할 수 있도록 중국 및 다른 당사국들과의 공조를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밝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과 미국, 중국의 3각 공조를 명시했다.
한미 정상이 북한에 대해 처음으로 내놓은 공동성명이 기존 대북(對北)정책의 원칙을 재천명하는 데 그쳤을 뿐, 북을 강하게 압박 또는 설득해 핵과 미사일 포기를 관철시킬 획기적 제안이 없는 것은 아쉽다. 북이 핵과 미사일을 끝내 고집해서는 버티기 어려울 만큼 구체적 액션 플랜을 짜는 것이 정상회담 후의 과제다. 설령 6자회담을 재개하더라도 과거처럼 북에 시간만 벌게 하는 방식이라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중국이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핵 포기에 북이 진정성을 보이는 것을 여전히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한국은 미중 사이의 전략공조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미는 한국의 중국 경사론(傾斜論)을 불식하고,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과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박 대통령이 펜타곤을 방문했을 때 17분간의 공식 의장행사라는 예우를 받은 것은 지난달 중국 전승절 행사 때 톈안먼 성루에서 인민군 열병식을 지켜본 장면을 상쇄하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미중이 모두 한국에 러브콜을 보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만은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의 평화통일 비전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과 통일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눈 박 대통령은 한층 ‘통일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미국은 시리아에서 러시아와, 남중국해에선 중국과 갈등을 빚는 등 냉전 종식 이후 새로운 지정학적 대결이 벌어진 상황이다. 미중과 협력해 북핵 문제를 넘어 통일까지 나아가야 할 한국은 국익을 극대화할 전략적 외교를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