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훈 논설위원
여야 대결한 ‘동물 도의회’
남경필 경기지사의 연정(聯政) 실천 이후 경기도의회는 소통과 대화의 모범을 보였다. 그러나 중앙 이슈 때문에 도의회의 평화는 한순간에 깨져 버렸다. 야당의 남성 의원이 의장석을 점거한 여당 여성 의원을 번쩍 들어 끌어내는 장면은 화제가 됐다. 오랜만의 ‘동물 도의회’ 모습에 “도의회가 생기가 돈다” “드디어 도의회가 정상화됐다”는 우스개까지 나왔다.
남 지사는 국정화에 반대하는 쪽이다. 남 지사는 국정화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기 전인 지난달 11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출연한 토크쇼에서 소신을 밝힌 바 있다. 박 시장은 “남 지사도 반대한다”며 당시 발언을 상기시키고 있다. 역사전쟁 정국이 되면 처신이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더욱이 도의회는 야당 78명과 여당 50명의 여소야대 구도다.
경기도의회의 ‘정상화’로 남 지사의 연정 실험은 고비를 맞을 것인가. 경기도 관계자들은 “중앙 이슈인 교과서 문제에 오래 매달리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한다. 그러나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여야 대결구도는 더욱 가파르게 변할 것이다. 연정 실험이 아직 단단하게 뿌리를 내린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역사전쟁이 본격화하면 흔들릴 수도 있다.
남 지사가 사회통합부지사를 야당 몫으로 배정할 때까지도 사람들은 그의 연정 실험에 반신반의했다. 부지사 자리를 하나 야당에 주고 시늉만 하다 말 것으로 여긴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자리를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인사제도 개혁에 나섰다. 6개 공공기관장을 야당과 협의해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했다. 선진적인 첫 도덕성 비공개 검증은 중앙당이 도입하기 위해 참고했다.
역사전쟁 막을 대안 없나
남 지사는 “연정 실험을 중앙 정치에도 접목할 수 있다”고 했다. 총선 전 제1당에 국무총리를, 제2당에 부총리를 나눠주는 ‘분권(分權) 제안’을 할 것을 대통령 측근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역사전쟁을 앞둔 집권여당의 귀에 이런 목소리가 들릴 리 없다. 경기도의 연정 실험이 승자독식과 대결구도의 정치를 혁신하는 단초로 떠오를 날이 머지않기를 바란다.
최영훈 논설위원 tao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