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정상회담] 대신 방산기술 협의체 구성 정부, 유럽업체와의 협상 기대… 일각 “美거절 뻔한데 약점만 노출”
미국이 거듭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의 핵심기술 이전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유럽과 이스라엘 등 해외 업체와의 협상에 기댈 수밖에 없게 됐다. 체계통합 기술도 중요하지만 해당 장비의 개발도 해외 업체의 기술 이전이 필요하기 때문에 2025년으로 예정된 이 사업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 4개 핵심 항공전자장비의 자체 개발 능력은 90% 정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나머지 10%의 장벽을 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우리가 확보하지 못한 기술은 그만큼 해외 업체도 중요한 기술로 분류하고 있어 협상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 미국이 기술 이전을 거부한 부분을 다른 해외 업체가 악용할 경우 불리한 조건에서 협상에 끌려다니다 개발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8000억 원 정도로 책정된 개발비가 급증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도 있다. 개발이 늦어지면 100여 대의 전투기가 퇴역하는 2025년 이후 공군의 전력 공백 문제도 심각해진다.
일각에선 미국이 거절할 가능성이 높은데도 한민구 국방장관이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에게 기술 이전을 재차 요청한 게 무용지물이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다만 기술 이전을 거부한 미국이 고등훈련기(TX) 사업이나 우주 분야 등 장기적으로 우리 정부가 필요로 하는 다른 부문에서는 유연하게 협상에 임할 거라는 평가도 있다.
한 장관과 카터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8월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 사건과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전후의 추가 도발 가능성 등 한반도 안보 상황도 논의했다. 우주·사이버 영역에서의 국방 협력도 확대하기로 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