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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가장 시급한 양국 현안”… 美 소극적 대응 우려 씻어

입력 | 2015-10-17 03:40:00

[韓美 정상회담]
北에 ‘당근과 채찍’ 양면 메시지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처음 채택한 북핵 공동성명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한미가 북핵 문제를 최고의 시급성과 확고한 의지를 갖고 다루기로 합의했다”는 점이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협상에 강한 의지가 없었던 미국이 사실상 한국의 ‘북핵 속도전’ 요구에 응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북핵 해결에 진전이 없으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나 통일대박론은 모두 물 건너가는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고민해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북한 문제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한미, 북한을 적대시하지 않는다”

한미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선택을 촉구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이용한 ‘전략적 도발’에 나선다면 대가를 치르겠지만,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한다면 밝은 미래를 제공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북한이 핵 포기 의사를 밝히고 이것을 지키겠다고 약속하면 핵 포기 이전 단계에서도 북한이 원하는 평화협정이나 경제 발전을 위한 대규모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뜻도 반영됐다. 비핵화 방식으로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를 제시했다.

한미 양국은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조속히 복귀할 수 있도록 중국 및 다른 당사국들과의 공조를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핵 6자회담 등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북한을 앉히기 위한 한국 미국 중국의 3각 협력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북한이 거듭 핵 포기 의사가 없음을 주장하는 등 한미 양국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접근할지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이나 비전은 나오지 않았다. 말은 화려했지만 당근(지원)과 채찍(압박)의 실질적인 내용은 빈약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 “북한, 도발하면 안보리 실질 제재”

북한이 지속적으로 장거리로켓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추구하는 이유는 핵보유국이 되기 위한 것. 그러나 한미 정상은 “북한을 결코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북한의 지속적인 핵무기 추구가 자신의 경제 개발 목표와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트레이드마크인 ‘경제-핵 병진노선’을 받아들일 수 없고, 북한이 이런 노선을 추구하는 게 가능하지도 않다고 못 박은 셈이다.

한미 양국은 북한을 향해 비핵화 촉구 메시지를 보냈지만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강행 사태가 벌어지더라도 북한을 코너로 몰 실효성 있는 추가 제재 방안은 마땅치 않다.

○ “북한 인권침해 책임 규명”

두 정상은 “미국은 박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독일) 드레스덴 연설에서 제시한 한반도 평화통일 비전을 계속해서 강력히 지지해 나간다”며 “한반도 평화통일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양국의 고위급 전략 협의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간의 통일 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것이지만 어느 급에서 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성명에서 ‘북한 인권’을 정면으로 겨냥한 대목은 북한의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와 압박의 메시지도 던졌다. 공동성명은 “(지난해 발표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에 적시된 북한의 개탄스러운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탄에 동참한다”고 했다. 올해 서울에 문을 연 유엔 북한인권사무소의 업무 지원 의사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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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사론’ 일축한 양국 신뢰

이번 한미 정상회담으로 한미동맹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 시간)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이 최상의 상태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2015 북한에 관한 한미 공동성명서’에서 “우리는 확고한 억지 태세를 유지할 것이며, 북한의 모든 형태의 도발에 보다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우리 동맹을 현대화하고 긴밀한 공조를 증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양국 정부가 합의한 ‘공동설명서’에서는 △외교·국방 장관급 2+2 협의 정례화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공약 확인 △동맹 현대화 및 연합방위태세 강화 지속 △양국 간 고위급 경제협의회 재개 등이 채택됐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박 대통령은 중국 전승절 기념식 참석으로 불거진 중국 경사(傾斜)론을 불식시켰고,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완성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박 대통령의 방미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4월)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9월)의 방미 이후에 이뤄지면서 한중일 정상회의와 한일 정상회담 개최에 오바마 대통령이 역할을 할 수 있었다는 의미에서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미 기간에 “한미동맹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선 “70년 동안 위대한 여정을 함께했던 한미 양국은 이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출발점에 다시 섰다”고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의 8·25 남북 합의와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평화통일 비전을 지지한다며 화답했다. 공동성명에서 “박 대통령이 북한에 남북 관계 개선을 거듭 제의하는 등 끊임없이 노력한 점을 평가한다”며 “독일 드레스덴 연설에서 제시한 바 있는 한반도 평화통일 비전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대응전략과 관련한 한미 간 핵심 이슈인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논의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빠졌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일에 맞춰 미사일 발사 등 도발에 나서면 사드 배치 논의를 하려 했지만 도발 움직임이 없어 의제에서 뺐다는 후문이다. 북한을 자극하지 말자는 의도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국 간 사드 배치에 대한 공감대는 충분히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사드 배치 문제는 11월 한국에서 열리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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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프런티어’로 동맹 확장
한국 ‘글로벌 이슈 기여’ 의지 반영

16일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적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정상회담 직후 발표된 ‘한미 관계 현황 공동설명서’에는 △글로벌 파트너십 △새로운 협력 분야(뉴프런티어) 등 글로벌 동맹으로 가는 실행 방안이 담겼다.

한미 양국은 글로벌 파트너십을 확대키로 했다. 테러·폭력적 극단주의 대응에 공동으로 협력하고, 한국의 ‘소녀들을 위한 더 나은 삶(Better Life for Girls)’과 미국의 ‘렛 걸스 런(Let Girls Learn)’ 구상을 연계하기로 했다.

새로운 협력 분야도 구체적으로 담았다. 2016년 제2차 한미 우주협력회의를 개최하고 우주협력협정을 체결하는 등 양국이 우주 분야를 공동 연구한다. 보건안보, 사이버안보, 기후변화 등에서도 다양한 협력 방안이 담겼다. 조선시대 명종의 어머니인 문정왕후의 어보 등 문화재 2점을 조기 반환한다는 원칙도 확인했다.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 이후 연합방위 태세를 구축하는 안보동맹으로 시작한 한미동맹은 60년의 세월 동안 발전을 거듭했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국은 경제 발전에 집중할 수 있었던 만큼 이제는 한반도 문제를 넘어 글로벌 이슈에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미국이 강조하는 글로벌 파트너십은 한국의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이는 동북아 지역 이슈를 공동 해결하는 다자 협의를 통해 신뢰를 쌓아 가겠다는 구상. 미 정부는 성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미 정부 담당관으로 지정해 28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2차 고위급 정부 간 협의회에 참석시키기로 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이 국제사회의 지원을 통해 성장했고 이제 중견국이 됐다”며 “한국의 이익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공동 이익을 위해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워싱턴=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이 지면 제작이 끝난 17일 새벽에 열려 보도하지 못했습니다. 회견 내용은 동아닷컴(www.dongA.com)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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