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대구에 피해자 1만여명 몰린 까닭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 사건으로 꼽히는 ‘조희팔 사건’이 터졌을 당시 대구는 초토화됐다. 경찰 수사 초기 영남권 피해자 1만5000여 명 가운데 대구에만 1만여 명이 집중돼 있었다. 경찰은 영남권 피해 금액만 1조9000억 원대로 추정했다.
대구에 피해자가 유독 많았던 이유는 조희팔의 다단계 회사 설립 과정을 살펴보면 설명된다. 조희팔의 사기 행각은 2004년 대구 동구 신천동에 그가 처음 세운 다단계 업체 ㈜BMC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구와 가까운 영천시 금호읍 출신으로 알려진 조희팔은 순회강연, 교육 등을 통해 대구에서 회원을 모으기 시작했다.
조희팔의 최측근이자 사기 행각을 진두지휘한 강태용도 대구에서 고교와 대학을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대학을 나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대구가 주 활동 무대였다. 이 때문에 다단계 회원을 모집하는 과정에 자신의 학연, 지연을 동원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그는 조희팔 사건을 담당했던 당시 대구지검 서부지청 김광준 차장검사(54)와 오모 서기관(54)에게 18억 원이 넘는 뇌물을 건넸다. 3명은 대구의 같은 고교 선후배 사이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강태용이 회사 재무를 책임지는 등 실제 2인자였다. 핵심 내용을 알고 있을 것으로 보여 대구 등의 사기 피해 규모, 로비 범위 등을 규명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6년 지점이 10개 정도였던 다단계 업체는 2008년 10월까지 15개 법인과 50여 곳의 센터를 갖출 만큼 급성장했다. 조희팔은 이때까지 회원에게 고액 배당을 해주는 것처럼 하다 그해 11월 잠적했고, 같은 해 12월 9일 중국으로 밀항했다.
다단계 사업 특성상 상당수 회원이 피해자이자 가해자였다. 자신의 승급을 위해 데려온 하급 회원이 매출을 올리지 못하면 자신의 배당금으로 물건을 사는 ‘돌려 막기’가 반복되면서 피해금액이 눈 덩이처럼 불어났다. 이 때문에 피해자가 많은 대구지역에 가족과 친인척을 끌어들였다가 가정이 파탄 나거나 자살하는 사람이 속출했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