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행복 점수가 높았던 나라는 남미권의 파라과이 에콰도르 과테말라 등으로 밝혀졌다. 이는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에 따라 얼마나 행복한가를 따진 것이 아니라 일상의 소소한 행복도를 측정했기 때문이란 해석인데, 실제로 라틴아메리카 국가 다수는 소득 불평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주관적 행복 수준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물론 이 경우 소득 불평등이 국민의 행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다. 그보다는 라틴아메리카인 특유의 낙천적 기질이나 문화적 특성 혹은 공동체적 사회관계망이 행복도를 높이는 데 일정 정도 영향을 미쳤으리란 해석과 더불어 객관적 사회 상황과 개인의 주관적 인식 사이에 괴리가 존재하리란 추론이 가능할 것이다.
물론 소득의 만족점을 넘어선다고 해서 소득과 행복의 관계가 완전히 소멸되는 것은 아니고 ‘효용체감의 법칙’이 적용되어 소득이 증가할수록 행복도에 영향을 미치는 효용의 크기가 점차 줄어드는 것이란 해석도 있다.
한데 유독 한국에서는 소득과 행복의 관계에 관한 한 기존 연구결과와 상이한 유형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음이 주목된다. 곧 저소득층의 경우는 소득이 행복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하게 나타나는 반면 중상류층으로 갈수록 소득과 행복도 사이에 상대적으로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석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 되겠지만 이를 뒷받침해줄 정황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 사회는 외환위기 이후 중류층의 몰락과 함께 상류층과 하류층 사이의 격차가 확대되면서 계층구조의 고착화가 진행됨에 따라 계층 간 격차가 넘나들기 어려운 단절로 변화해 가고 있음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에 하류층의 경우는 소득이 올라간다 한들 그 폭이 크지 않고 삶의 질 또한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것은 아니기에 소득효과를 감지하지 못하는 반면에 중상류층의 경우는 소득효과가 명백히 감지됨에 따라 행복도 또한 보다 빠르게 올라가는 것이라 추론된다.
더더욱 고도소비사회 진입 이후 다양한 소비양식을 통해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게 되면서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만족할 만한 소비생활이 가능해짐으로써 소득이 행복도에 미치는 영향력이 보다 직접적으로 나타난다는 해석도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 맥락에서 소득과 행복의 함수관계를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조정하려 한다면 한편으론 유럽식 복지국가가 국민의 행복도 제고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세밀하게 살펴보면서 다른 한편으론 소득 이외에 행복의 원천을 다양화하고 다각화하는 체질 개선을 실현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생각이다.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