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대항마로 불리는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16일 부산에서 10차 협상을 마쳤다. 그동안 원론적인 논의에 그쳤던 협상이 TPP 타결과 함께 속도를 내면서 실질적인 논의 단계로 돌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2~16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RCEP 제10차 협상에서 16개국 700여명의 대표단이 참석해 수석대표회의(TNC)와 더불어 상품, 서비스, 투자, 지식재산권, 경제기술협력, 원산지 등 14개 분과 회의를 진행했다.
협상국들은 9차 협상에서 합의한 ‘10년 내 관세 철폐 비율 80%’를 기초로 개별 품목에 대한 협상을 벌였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진 못했다. 특히 서비스와 투자분야에서 개방정도를 놓고 선진국 그룹과 개도국 그룹의 입장차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14개 분과별 협상을 진행하면서 각국의 입장 차를 다소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주도하는 RCEP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과 한국 중국 인도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16개국이 참여하는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이다. RCEP가 체결되면 세계 인구의 절반이 참여하고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TPP에 이어 세계 2위인 거대 경제블록이 탄생하게 된다. 2013년 기준 역내 무역규모는 오히려 RCEP가 10조6000억 달러로 TPP(9조4000억달러)보다 더 크다. 세계 1·2위 인구를 보유한 중국과 인도가 참여했고 인도, 아세안 등 상대적으로 젊은 인구가 많은 국가들이 참여해 성장잠재력도 높다.
한국은 이와 별도로 RCEP보다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무역자유화를 목표로 한 한국 중국 일본 3국의 FTA 협상도 진행 중이다. TPP, RCEP, 한중일 FTA 등이 모두 가시화되면 아시아태평양 역내 국가들을 모두 FTA로 끌어들이는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재영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