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원 산업부 차장
그러나 위기는 기회가 됐다. 위기 타개를 위한 제품 연구를 거듭한 끝에 전력소비가 적고 휴대 편의성이 높은 새 발열 소재 부품을 개발하게 됐다. 배터리를 열원으로 하는 이 제품을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가 적용해 올겨울 신제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뉴지로는 내년 초 경기 양주시에 새 공장을 짓고 직원 10여 명도 신규 채용할 예정이다.
1948년 미군용 권총 케이스 제작업체로 출발한 삼덕상공은 이후 군용 위생백과 우편집배원 가방 등을 만들며 사업을 키웠다. 2001년 2세 김권기 대표가 경영권을 이은 뒤에는 서류 가방과 핸드백, 지갑 등 패션 잡화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이 회사는 최근 국방부에 24인용 군용 텐트를 공급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김 대표는 “기존 텐트보다 빨리 접고 펼 수 있는 디자인이 좋은 평가를 받은 덕”이라며 “제품을 테스트하면서 태풍 속에서 텐트를 펴고 혼자 밤을 지새운 적도 있다”고 말했다.
중소·중견기업이건 대기업이건, 우리 사회에는 창업 2세의 기업 승계를 흔히 ‘부의 대물림’으로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최근 불거진 롯데 사태처럼 잊을 만하면 튀어나오는 재벌 2, 3세의 경영권 다툼이나 편법 승계 의혹, 또는 일부 2세 기업인의 일탈이 부각되면서 이들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 기업인들을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일부의 그릇된 행동이나 편법, 탈법이 2, 3세 기업인 전체의 모습인 것처럼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는 경계하고 싶다. 수십 년, 수백 년을 이어가는 장수기업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인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고용과 투자 같은 국가 경제활동의 큰 축이다. 그래서 신규 창업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기존의 기업을 지속하고 성장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장수기업은 일자리 창출과 세수 증가에도 기여한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창업 10년 미만 기업의 고용능력지수(평균 기업 고용을 1로 봤을 때 고용)는 0.49에 불과하지만 업력 20∼30년인 기업의 고용 능력은 1.26으로 뛰어오른다. 50∼60년인 기업의 고용 능력은 5.33이다. 같은 방법으로 계산한 법인세 납부능력지수도 10년 미만 기업이 0.52인 데 비해 60년 이상 기업은 5.14나 된다.
정부도 서구의 주요 강소 장수기업이 가족 기업에서 출발했다는 점에 착안해 중소·중견기업의 ‘가업승계’에 세제 혜택 등의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보완할 점이 많다. 예를 들어 기업이 가업상속 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10년 동안 동일 업종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지금처럼 변화가 심한 대외 환경에서 기업이 한 가지 업종의 매출을 10년 이상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기업인들의 의견이다. 정부가 벤처, 스타트업 창업과 지원에 힘을 쏟는 만큼 기업의 경영 지속성 확보에도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 것이 중소기업인들의 바람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2세 경영인들이 선대가 일군 결실을 따먹는 데 안주하려 한다면 그 기업은 더이상 존속할 수도, 사회에 도움이 될 수도 없다는 점이다. 요즘 같은 경영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기업 승계에는 적극적으로 변화에 적응하고 기업을 성장시키려는 경영자의 도전정신이 사회 분위기 조성이나 정부 지원보다 더 필요하다. ‘기업가 정신’이 창업에만 국한된다면 기업 승계는 의미가 없다. ‘올바른’ 기업 승계가 중요한 이유다.
주성원 산업부 차장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