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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노브랜드’ 실험… ‘반값상품’ 대박 터졌다

입력 | 2015-10-19 03:00:00

‘노브랜드’ 실험 6개월… 이름 떼고 기능에 집중




정용진 부회장

올해 초 이마트의 박현주 생활용품 상품기획자(MD)는 물티슈를 자체브랜드(PB) 상품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일상생활 속에서 젖은 걸레 대신 쓰거나 애완동물의 용변을 처리할 때 사용하는 등 물티슈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것에 착안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9월까지 이마트의 물티슈 매출액은 15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42억 원)보다 6.3% 증가했다.

박 MD는 물티슈의 두께를 얇게 해 원가를 낮췄다. m²당 45g이었던 중량도 32g으로 줄였다. 두께와 중량 감소로 인해 물티슈가 쉽게 찢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4겹 구조로 제작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7월 출시된 물티슈는 현재 이마트에서 판매 중인 물티슈 상품 중 매출 1위다.

이 물티슈의 이름은 ‘노브랜드(No Brand) 더 경제적인 물티슈’다. 노브랜드는 브랜드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상품의 핵심 기능에 집중하고 포장 등 기타 비용을 줄여 가격을 낮춘 이마트의 PB 상품 브랜드다. 물티슈에 앞서 4월 화장지를 시작으로 기저귀 주방세제 락스 등이 노브랜드라는 브랜드로 개발됐다. 노브랜드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8월 공개한 ‘이마트 비밀연구소, 52주 발명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이기도 하다. 정 부회장은 “대형마트가 성장 정체에서 벗어나려면 발상의 전환을 통한 새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며 비밀연구소 프로젝트를 개시했다. 노브랜드는 비밀연구소 프로젝트를 준비한 올해 초부터 주요 과제로 다뤄졌다.

노브랜드의 첫 번째 상품인 화장지는 한 겹으로 만들어졌다. 그 대신 겹당 두께를 다른 화장지의 1.3배로 해 강도를 높였다. 가격은 동종 상품군의 주요 제품과 비교해 절반 이하다. 7월 출시된 팬티형 기저귀는 로열티를 없애는 방식으로 값을 낮췄다. 현재 팔리는 대다수 기저귀에는 유명 캐릭터들이 새겨져 있다. 캐릭터를 쓰려면 저작권자에게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기저귀를 차는 영아들이 기저귀에 그려진 캐릭터를 알 리 없다. 캐릭터를 없애 원가를 낮추면 실용성을 중시하는 부모가 많이 찾을 것이라는 게 이마트의 생각이었다. 노브랜드 기저귀는 현재 이마트가 파는 70여 개 기저귀 상품 중 매출 5위다. 매출 상위 10개 상품 중 하기스 제품이 아닌 것은 노브랜드가 유일하다.

포장비용을 줄이는 것은 노브랜드 상품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노브랜드의 모든 상품은 노란색 단색 포장지를 쓴다. 포장지 겉면에 그림이나 사진이 없다. 물티슈의 경우 플라스틱 캡도 없다. 포장비용을 줄일수록 가격도 그만큼 낮출 수 있다.

이마트는 노브랜드 콘셉트에 맞춘 제품을 수입하기도 한다. 독일 유통업체인 메트로가 만든 PB 상품인 ‘MON 전자레인지’는 데우는 기능만 있는 전자레인지다. 가격은 다른 전자레인지의 반값 수준이다. 유진철 이마트 생활용품 담당 수석부장은 “노브랜드 상품 출시 이후 6개월간 핵심 기능에 집중한 저렴한 상품에 대한 수요가 상당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생리대 섬유유연제 등으로 노브랜드 상품 개발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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