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현승. 스포츠동아DB
준플레이오프(준PO) MVP 이현승(32·두산·사진)은 잘 알려진 대로 ‘딸 바보’다. 시즌 중 자주 딸 효주 양이 아빠의 경기를 보기 위해 잠실구장을 찾는다. 이제 우리 나이로 다섯 살. 지금껏 TV 속에 등장하는 아빠를 보고 마냥 신나서 웃었다면, 이제는 공을 던지는 아빠를 응원할 줄 아는 나이다. 군 복무 시절 얻은 딸이기에 더 애틋한 딸만 생각하면 이현승의 얼굴에는 언제나 환한 미소가 퍼진다.
NC와의 플레이오프(PO) 1차전이 열린 18일 마산구장. 이현승에게 ‘아빠가 MVP를 수상해서 딸이 좋아했겠다’고 묻자, 이현승은 활짝 웃으며 “울음을 터트렸다”고 답했다. 2006년 프로에 데뷔한 아빠가 10년 만에 큰 상을 받은 감격적 순간을 다섯 살 아이가 벌써 함께 느낀 것일까. 그러나 딸의 울음은 감격의 눈물이 아닌 진짜 울음보였다.
사연은 이랬다. 이현승은 상으로 받은 날개 모양의 트로피를 들고 집에 들어가 가장 먼저 딸의 품에 안겼다. 그러나 다른 선물을 기대했던 효주 양은 기하학적 모양의 트로피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실망감에 울어버렸다. 이현승은 “상금 200만원은 언제 입금되는지 모르겠다. 빨리 다른 선물을 사서 딸에게 안겨야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시리즈 마지막 순간까지 마운드에 올라가면 무조건 경기를 끝내는 투수가 되고 싶다. 그래야 딸에게도 자랑하고, 후배들에게도 ‘형이 끝냈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