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나보다 팀” 희생정신 강조 브라질에 점유율 크게 뒤졌지만, 중원부터 상대 공격 철저히 차단 이상헌 투입 1분만에 도움… 후반 절묘한 용병술도 돋보여
18일 2015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 칠레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을 1-0으로 격파한 뒤 최진철 감독(44)이 꺼낸 단어는 ‘희생’이었다. 최 감독이 선수 시절 스스로에게 강조했던 말이기도 했다.
최 감독은 1994년 미국,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앞두고 아시아지역 예선에는 출전했지만 본선 무대는 밟지 못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깜짝 발탁’된 그는 홍명보, 김태영과 함께 막강 수비 라인을 구축하며 한국의 월드컵 ‘4강 신화’를 뒷받침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후배들의 길을 막는다는 생각에 한동안 갈등했던 최 감독은 “내 한 몸 희생한다는 생각으로 후배들을 잘 다독여 2002년보다 더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며 대표팀에 합류해 스위스와의 본선에서 붕대 투혼(사진)을 발휘하는 등 강한 인상을 남겼다.
최 감독의 절묘한 선수 교체도 빛났다. 후반 33분 미드필더 박상혁(수원 매탄고)이 지쳐서 움직임이 둔해지자 스트라이커 이상헌(울산 현대고)을 투입했다. 이상헌은 1분도 안 돼 장재원(울산 현대고)의 결승골을 도왔다. 최 감독은 “경기 전 우리의 자존심을 지키자고 얘기했다. 지난달 수원컵 브라질전 패배(0-2)가 보약이 됐다”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