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예고된 가뭄, 하늘만 보는 정부 후순위로 밀리는 가뭄대비 투자
기후 변화로 가뭄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정부의 물 투자는 예산당국과 정치권의 외면으로 매년 쪼그라들고 있다. 4대강 보에 확보한 물을 활용하거나 댐을 짓고 보수하는 일도 환경단체와 야권의 반대에 막혀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상기후에 따른 가뭄이 빈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가뭄 대응을 위한 중장기적 투자와 범정부적인 대응체계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 4대강 논란 이후 위축된 물 투자
하지만 일각에서는 4대강 사업 이후 수자원 정책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되면서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해 온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무총리 소속 민간위원회인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는 지난해 12월 “4대강 사업으로 최대 6억4890만 m³의 수자원을 확보했고, 효과적으로 가뭄 대응 능력을 향상시키려면 용수 공급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4대강 물 활용에 대한 이렇다 할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금강 백제보와 보령댐을 잇는 도수로 공사는 이달 말 시작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4대강 물 활용 사업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조차 잡힌 게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야는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소모적인 정쟁만 벌이고 있다. 지난달 한국수자원공사 국감에서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4대강 사업 부채를 국민의 혈세로 갚는 것은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난하자,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고장 난 레코드판이 되지 말라”고 맞서면서 국감이 정회됐다. 이 때문에 가뭄 현장 방문(충북 대청댐 시찰)은 없던 일이 됐다. 장석환 대진대 교수(건설시스템공학)는 “4대강 사업에서 고칠 부분은 고치고 쓸모 있는 부분은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데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전면적으로 부정하거나 긍정하는 흑백논리만 횡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 “천수답식 수자원 활용정책 바꿔야”
전문가들은 지속되는 가뭄과 기상이변에 대비하기 위해 다차원적인 수자원 활용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정부의 수자원 정책은 아직도 여름 장마에 의존하는 천수답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다목적댐의 ‘용수공급 가능 기한’이 20년에 한 번 올 수 있는 가뭄을 기준으로 마련되다 보니 최근 닥친 42년 만의 가뭄 앞에서는 물 절약 이외에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2012년 국토부가 ‘지하수 관리 기본계획’을 통해 지하수댐을 개발할 만한 전국 21개 지점을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배덕효 세종대 교수(건설환경공학)는 “장마 직전에 댐을 비우고 여름에 물을 채워 1년을 버티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2년 이상 가뭄이 지속되는 이상기후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안정적 전기 공급을 위해 일정 수준의 예비전력을 확보하는 것처럼 충분한 예비 수자원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