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뇌관될 집필 쟁점은
하반기 역사 교과서 집필 과정에서는 근현대사의 민감한 쟁점을 둘러싼 진보 및 보수 진영의 공방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의 건국 시점에 대한 공방, 급속한 경제 성장에 대한 평가, 그리고 북한을 기술하는 태도 등이 모두 민감한 쟁점이다.
○ 사실보다는 사관에 따른 논란
근현대사에서 논란이 되는 사안들은 주로 사실관계보다는 시각에 따른 것들이다. 일제강점기와 분단, 민주화, 고도성장에 이르는 과정을 어떤 기조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에 대한 평가가 갈리는 역사학계의 풍토 때문이다.
진보 진영이 특히 관심을 쏟는 부분은 ‘국정 교과서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기술을 어떻게 바꾸려고 하는가’이다. 진보 진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화를 추진하는 최대 이유가 5·16 쿠데타와 유신 독재를 미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사편찬위원회가 9월 내놓은 집필기준의 시안은 4·19를 혁명으로, 5·16을 군사정변으로 명시하고 있다. 국편 관계자는 “5·16이 군사정변이며 유신체제가 반민주적이라는 점은 학계에서 정리됐기 때문에 ‘독재 미화 교과서’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대한민국의 압축 성장을 둘러싼 시각도 쟁점이다. 우파 성향의 학자들은 미국의 원조, 새마을운동, 박 전 대통령의 수출·중공업 위주 경제정책 등으로 전후 급성장이 가능했다고 본다. 반면 좌파 성향의 학자들은 압축 성장을 ‘군부정권과 재벌 결탁의 산물’로 보고, 그 결과를 평가할 때도 빈부 격차, 사회 양극화, 도시화의 부작용 등에 주목한다.
○ 북한에 대한 기술도 쟁점
일부 교과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대해 ‘38도선 이남 지역에서 유일한 합법정부’(리베르)라고 기술해 남북한을 대등한 정권으로 표현하거나, 분단의 책임이 대한민국에 있는 듯이 맥락을 구성(리베르)해 비판을 받았다. 새누리당은 주로 이런 부분에 대해 검정 교과서 체제를 공격하고, 국정화 필요성의 근거로 들었다.
○ 집필 기준에 명시된 쟁점까지 공방
국정화와는 별개로 상반기에 진행된 ‘2015 교육과정 개정안’ 논의 당시부터 역사학계에서 논란이 됐던 이슈는 건국절 문제다. 건국절 논란은 이명박 정권 당시 뉴라이트를 위시한 일부 우파 학자가 1948년 8월 15일에 대한민국이 건국됐으며 8·15를 광복절이 아닌 건국절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서 촉발됐다. 이들은 상하이임시정부가 정부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국제법상으로 대한민국이 국가의 모습을 갖추고 일본 식민통치에서 독립한 날은 1948년 8월 15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시작이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있다는 것은 학계의 통설이며, 제헌헌법과 현행 헌법 모두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교과서를 비롯한 다수설은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이 아닌 정부 수립일로 쓰고 있다.
김희균 foryou@donga.com·이은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