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비판여론 확산 진화… 33마리 재매입, 지방동물원 보내기로
서울대공원이 올해 일반에 매각한 염소와 사슴 30여 마리를 재매입해 다른 동물원에 보내기로 했다. 올해 매각한 흑염소 한 마리가 도축된 사실이 동물보호단체를 통해 밝혀지면서 여론이 들끓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서울대공원은 동물보호단체 케어(CARE)와 매각 동물을 재매입해 보호하기로 합의했다고 18일 밝혔다. 양 측은 올해 대공원이 매각한 흑염소 13마리, 염소 4마리, 꽃사슴 8마리, 다마사슴 5마리, 붉은사슴 3마리 등 총 33마리를 다시 사오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9일부터 종로구 가회동 박원순 서울시장 공관 앞에서 단식 농성을 했던 케어의 미국법인 대표 에이제이 가르시아 씨(30)는 17일 오후 4시 반 단식 농성을 중단했다.
재매입 대금 2500만 원은 서울대공원이 1000만 원, 케어가 1000만 원, 동물자유연대가 500만 원을 각각 부담하기로 했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해당 동물을 팔아 1000만 원가량을 받았지만 다시 구입을 문의하니 언론보도를 접한 소유자들이 높은 가격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대공원이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사태 해결에 급급했다는 시각도 있다. 현행법상 가축으로 분류된 염소, 사슴은 판매도, 도축도 합법이다. 동물보호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서울대공원 전시용 염소, 사슴과 전국 농장에서 식용으로 자라는 염소, 사슴의 ‘목숨 값’이 다르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 향후 잉여동물이 발생했을 때 매각이 어려워져 결국 동물원 동물 전체의 생활환경이 나빠질 수도 있다.
대공원은 한정된 공간에서 운영되는 동물원 특성상 개체 수 조절을 위해 1986년부터 잉여동물을 매각해 왔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철저한 종 관리를 통해 잉여동물 발생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