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무대 오른 김경란 아나운서… 결혼식 축의금 1억, 남수단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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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김경란 프리랜서 아나운서가 포장마차를 배경으로 한 무대에 앉아 환하게 웃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연극 속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연극에 도전한 김경란 프리랜서 아나운서(38)였다. 오랫동안 진행했던 KBS ‘사랑의 리퀘스트’ 프로그램 때문인지 대중에게는 여성스러운 외모와 반듯한 말투가 먼저 떠오른다. 이날은 짧은 머리에 때로는 툭툭 무뚝뚝한 남자처럼 말을 던지는 30대 야구캐스터 ‘미진’ 역할을 선보였다. 그에게 변신의 계기를 물어봤다.
“고등학교 때 꿈이 연극 무대에 서는 것이었어요. 아나운서로 일할 때는 직장이라는 안정된 울타리가 있었고 예측 가능한 미래가 있었지만 지금은 한 치 앞도 모르긴 해서 불안해요. 그래도 매일 아침 설렘으로 시작한다는 게 다르다면 다른 점이죠.”
KBS 아나운서를 그만둔 뒤 아프리카로, 아이티로, 스리랑카 캄보디아로 그는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떠났다. 교육이 있다면 나라에 큰 재난이 있어도 아이들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생겼다. 학교가 없는 곳에 학교를 세워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10개월 전 결혼식 때 공개적으로 선언한 결심대로 남수단에 학교를 짓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최근 1억 원을 기부했다. 지난달에는 남수단을 방문해 직접 제작한 스쿨키트 1000개를 수도 주바 시내에 있는 구기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선물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