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한국형전투기(KFX)에 대한 미국의 핵심기술 이전이 불가하다는 점을 알면서도 공개적으로 양측 국방수장이 직접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한 것은 상호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힌 일종의 ‘정치 쇼’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반도 국방전문가인 패트릭 크로닌 신미국안보센터(CNAS)아태센터 소장은 18일 동아일보 이메일 및 전화 인터뷰에서 한민구 국방장관이 15일(현지시간)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에게 KFX기술 전가 요청을 한 것과 관련해 “(미국의 핵심기술이전)이 불가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도 한국이 이 사업을 추진해 왔다는 사실을 덮기(cover)위한 것”이였다고 말했다. “이는 전형적인 책임전가(textbook buck-passing)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동에서 카터 장관은 한국에 대한 핵심 기술 이전이 불가하다는 미국 측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미 국방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가 실명으로 이 같은 분석을 내놓은 것은 결국 KFX관련 한미 당국간의 의견 조율에 상당한 장벽이 여전히 존재할 뿐 아니라 미 민간 방위산업체의 개입 여부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크로닌 소장은 이어 “한국 정부는 미국의 공식 입장을 인지하면서도 미 민간 방위산업 업체의 ‘행정부의 입장은 앞으로 바뀔 수 있다’고 한 취지의 약속을 믿어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002년부터 공군이 추진해온 한국형 전투기(KFX)사업은 2025년부터 7년 동안 F-16보다 우수한 스텔스급 전투기를 120대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미국이 KFX전투기에 필요한 핵심 기술 이전을 거부하면서 2024년까지의 개발 완료는 불가능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