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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 노리는 대포통장…명의자 20대 남성이 가장 많아

입력 | 2015-10-19 18:32:00


지난달 초 인천 연수구에 사는 20대 A씨는 아르바이트 중개 사이트를 통해 호프집 서빙 일자리를 찾았다. 입사지원서에는 급여계좌 정보가 필요하다며 계좌번호와 보안카드번호 등을 기재하라고 적혀 있었다. 아르바이트 자리가 급했던 A씨는 별 생각 없이 지원서에 계좌정보를 담아 보냈다. 얼마 후 A씨는 경찰로부터 자신이 넘긴 통장이 금융사기에 이용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졸지에 대포통장 명의자가 된 A씨는 1년간 새로 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 없고, 인터넷뱅킹이나 텔레뱅킹 등 비대면 거래도 할 수 없게 됐다.

금융감독원은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간 은행연합회에 등록된 대포통장 명의자 1만2913명에 대한 정보를 분석한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대포통장 명의자 중에는 A씨와 같은 20대 남성이 가장 많았다. 남성이 65.6%로 여성보다 많았고, 연령별로는 20대가 26.9%로 가장 많았다. 김용실 금감원 금융사기대응팀장은 “최근 들어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취업을 시켜주겠다’며 계좌정보를 빼내 대포통장으로 이용하는 범죄가 빈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출을 해주겠다며 통장을 요구하기도 한다.

통장을 넘겨주는 것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불법행위지만 이를 모르고 범죄에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금감원이 올해 4월부터 대포통장 명의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3%가 ‘통장을 넘겨주는 행위가 불법인지 몰랐다’고 응답했다. 모르고 통장을 넘겼어도 처벌 대상이 된다. 양도한 대포통장이 금융사기에 이용돼 다른 사람의 피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배상 책임까지 질 수 있다. 내년 3월부터는 대포통장을 여러 건 거래한 경우 신용정보법상 금융질서문란자로 등재돼 최대 12년간 금융거래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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