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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월드컵 키드’가 황금축구 세대로

입력 | 2015-10-20 03:00:00


U-17 월드컵은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으로 2년마다 열리는 17세 이하 청소년 축구 대회다. U-17 월드컵 위로 20세 이하가 참여하는 U-20 월드컵이 있고 그 위로 월드컵이 있다. 한국은 월드컵에서 4강, U-20 월드컵에서 4강, U-17 월드컵에서 8강까지 진출해 봤지만 어느 월드컵에서건 브라질을 이겨본 적은 없다. 올해 칠레에서 열리는 U-17 월드컵에서 18일 처음으로 브라질을 이겼다.

▷스페인 프로축구 FC 바르셀로나 유소년팀 출신인 이승우 선수(17)는 공수를 오가는 맹활약으로 승리를 견인했다. 그 또래는 2002년 월드컵 당시 네 살에 불과했지만 진정한 ‘월드컵 키드’라고 할 수 있다. 이승우는 2011년 초등학생 때 누구의 지원도 없이, 순전히 자기 실력으로 FC 바르셀로나에 스카우트돼 유소년팀에 입단했다. 박지성 선수(34) 때는 해외 축구 유학은 꿈도 꿀 수 없었지만 손흥민 선수(23)만 해도 대한축구협회 지원으로 2008년 고교생으로 독일 함부르크 유소년팀에 입단할 수 있었다.

▷유학파만 뛰어난 게 아니다. 프로축구 K리그 울산 현대 유소년팀의 이상헌 선수(17)는 브라질 수비 2명을 상대로 현란한 개인기를 보여줬고, 장재원 선수(17)는 브라질 골망을 흔들었다. 이들 세대는 유학파건 국내파건 고교 때부터 프로축구와 연계한 고도의 체계적인 훈련을 받고 있다는 점이 이전 세대와 다르다. 축구협회는 ‘월드컵 긴장돼? 축구 왜 시작했어? 결과는 나중이야! 그냥 한번 즐겨봐!!’라는 메모를 방문에 붙여주며 이들을 ‘즐기는 축구’로 이끌었다.

▷‘월드컵 키드’는 러시아 월드컵이 열리는 2018년 20세 안팎이 된다. 실력만 인정받는다면 러시아 월드컵에서부터 뛰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고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국가대표팀의 중추가 될 세대다. 청소년 시절부터 유학해서 축구를 배운 첫 세대인 손흥민 선수 등과 이들이 힘을 합한다면 2002년 월드컵 때의 4강을 넘어서는 새로운 신화를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