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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이유종]이스라엘의 무기장사

입력 | 2015-10-20 03:00:00


이유종 국제부 기자

1948년 팔레스타인에 둥지를 튼 이스라엘은 줄기차게 군사적 위협에 시달려야 했다. 4차례나 아랍 국가들과 치열하게 싸우는 중동전쟁도 벌였다.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후 아랍 국가들은 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들에 압력을 가해 이스라엘에 무기를 팔지 못하도록 했다. 이스라엘은 스스로 무기를 개발해야 했다. 초창기엔 어려움을 겪었지만 현재 이스라엘의 방위산업은 80% 이상을 수출할 정도로 성장했다. 2013년 74억 달러(약 8조3000억 원)의 무기를 해외에 팔아 방산 수출 국가 중 8위를 기록했다. 방위산업 수출액은 이스라엘 전체 수출액의 11.5%나 된다. 이런 성공을 가능케 했던 것은 무엇일까.

우선은 시작부터 눈을 해외로 돌린 것이었다. 이스라엘 방산 기업들은 제품 개발 단계부터 세계 시장을 목표로 세웠고 세계 3위 이내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아예 무기를 개발하지 않았다. 정부도 국내 방위산업을 보호하기보다는 경쟁으로 내몰았다. 군은 해외 업체의 무기 도입을 주저하지 않았다.

이들은 또 선진국의 거대 방산 기업들과 정면승부를 하지 않았다. 그 대신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레이더, 유도무기 등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강한 품목을 집중적으로 개발한 것이다. 이윤이 크지만 소홀하기 쉬운 성능 개량 사업에도 매진했다. 전 세계 F-16 전투기가 격추한 전투기 67대 중 47대가 이스라엘에서 성능개량 작업이 이뤄진 전투기다. 신무기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무장 정파인 하마스가 발사하는 로켓탄을 중간에 요격하는 ‘아이언돔(Iron Dome)’을 개발했다. 아이언돔은 지난해 7, 8월 하마스 로켓탄의 90% 이상을 맞혔다.

수출 대상도 전략적으로 선택했다. 전통적인 우방 국가들인 미국과 서유럽 이외에도 인도, 터키, 러시아, 카자흐스탄, 브라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페루 등을 공략했다. 이슬람 국가들과 불편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슬람 국가인 터키, 카자흐스탄까지 무기를 판매하는 장사 수완을 보인 것이다. 수출시장 다변화 정책은 최근 서유럽 국가들이 국방예산을 감축하는 상황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 여기에 국산화 정책을 굳이 고수하지 않고 부품이 좋다 싶으면 사들였고 해외에서 무기를 구매할 때에도 반드시 경쟁 입찰을 거치도록 했다.

한국의 방산 수출액은 지난해 최고치인 36억 달러(약 4조 원)를 기록했다. 1970년대 탄약에서 시작한 방산 품목은 2010년대 T-50 고등훈련기, 209급 잠수함, 군수 지원함 등으로 확대됐지만 수출 규모는 여전히 생산량의 12.8%에 불과하다. 전 세계 방산시장은 5000억 달러(약 560조 원)로 추산된다. 국내 방산 기업들은 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성장 속도가 매우 더디다. 연줄을 바탕으로 안일하게 국내 시장에만 몰입한 결과다. 고질적인 비리도 끊이지 않는다. 연줄과 비리가 판치는 방위 산업에서 진정한 안보가 나올 수 있을까.

이유종 국제부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