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따기(An Apple Gathering), 프레더릭 모건.
직장인 A 씨는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스트레스가 극심해져 찾아왔습니다. 평소 공동 작업을 싫어하는 성향이 있었고 리더의 독선적인 태도에 불만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차일피일 일을 피했고 팀원들에게 미움을 사는 지경에 이르게 됐습니다.
A 씨에게 19세기 영국 화가인 프레더릭 모건이 그린 ‘사과 따기’를 보여줬습니다. 당대 최고의 풍속화가로 꼽혔던 모건의 작품에는 시골 농부와 아이들의 순수한 표정과 행복한 웃음이 빠지지 않습니다. 이 작품도 예외가 아닙니다. 동화의 삽화처럼 예쁘게 그려진 이 작품은 가족으로 보이는 어른들과 아이들이 힘을 모아 사과를 수확하는 모습을 순박하고 정겹게 담아냈습니다. 꼬마가 사다리를 타고 사과나무에 올라가 나뭇가지를 흔들면 그 아래에서 커다란 보자기를 펼쳐 들고 기다리던 사람들이 떨어지는 열매들을 받아냅니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많은 일도 이와 마찬가지 아닐까요? 개개인이 혼자 집중해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일도 있지만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야만 이루어낼 수 있는 일도 있습니다. 그림처럼 열매를 수확하려면 여러 사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보자기를 잡고 있는 어느 한 명이라도 손을 놓아버리면 애써 잘 익은 과일이 그대로 땅바닥에 떨어져 버릴 수 있는 것처럼 누구 한 명이라도 자신의 역할을 다해주지 않는다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구성원들의 마음가짐일 것입니다. 구성원 개개인이 단순히 모인다고 해서 목표를 쉽게 달성할 수 있는 건 아닐 것입니다. 즉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려는 구성원 간의 끈끈한 유대와 사과 따기를 일종의 놀이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이 되어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김선현 차의과학대 미술치료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