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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희의 행복한 100세]대학등록금 부모가 내야 하나

입력 | 2015-10-20 03:00:00


취업박람회를 찾은 대학생들이 취업 상담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동아일보DB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연금포럼 대표

10월 초 일본 출장길에 일본 젊은 세대들의 취업 현황을 살펴볼 기회를 가졌다. 지난해 일본의 가족사회학자 야마다 마사히로 교수가 쓴 ‘왜 일본은 젊은 세대에게 냉혹한가’라는 책을 읽은 일이 있는데 그 정도가 얼마나 심각하기에 이런 제목의 책이 나왔는지를 확인해 보고 싶어서였다.



○ 자식에게 너무 관대한 日 부모들

야마다 교수에 따르면, 일본에서 1990년대 초 버블이 붕괴하기 이전에 사회 진출을 한 세대들은 취업에도 큰 어려움이 없었고 경제의 고성장에 힘입어 내 집 마련 등의 자산 형성에도 많은 혜택을 받았다. 연금제도도 정비돼 있어서 웬만한 직장인이면 퇴직 후에도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가 있었다. 반면에 지난 20년 넘는 장기불황 국면에 사회 진출을 한 젊은 세대들은 취업 자체가 어려운 데다, 한다 하더라도 파트타임이나 파견사원 등 비정규직의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이들은 자립을 하고 싶어도 자신의 수입만으로는 제대로 된 생활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궁금한 것은, 일본 문부성이 발표한 대졸취업률이 2014년 졸업자는 94%로 세계 어느 선진국보다도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 일본의 젊은 세대들은 취업이 어렵다는 것인가? 문부성이 발표한 취업률은 취업희망자 중 취업자의 비율이기 때문이다. 전체 졸업자 중 취업자의 비율은 70%에 지나지 않고 아예 취업을 포기한 학생들의 비율이 전체의 12%가 넘는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취업 후의 정착률이다. 취업 후 3년 이내에 이직을 하는 비율이 30%를 넘는다. 40대에 명퇴를 하고 직업 없이 두문불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한다. 비정규직 비율이 40%에 가까운 데다 직장 분위기 또한 고도 성장기처럼 온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도 하지 않고 부모의 연금 수입에 의존해 사는 사례도 늘고 있다. 35세에서 44세까지의 부모 동거 미혼자 수가 300만 명 정도로 해당 나이대 인구의 16%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이들 상당수는 부모가 세상을 떠난 후 극빈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일본의 부모들은 이런 자녀들을 자립시키기 위해 노력을 하기보다는 대책 없이 부양만 하고 있다. 어쩌면, 일본 사회가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부모가 자녀를 돌볼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야마다 교수에 따르면 일본 사회는 젊은 세대에게 냉혹한 반면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너무 관대한 게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형편은 어떤가? 일본식으로 계산해 본다면, 2014년 대졸자 55만7000명 중 취업자는 28만4000명으로 취업률은 51%에 지나지 않는다. 대졸자 두 명 중 한 명밖에 취직이 안 된다면 젊은 세대가 볼 때 얼마나 냉혹한 사회인가? 일본이 냉혹한 사회라는 말은 엄살(?)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 한국 베이비부머 60% 극빈층 전락 위험

또 이렇게 어려운 경쟁을 뚫고 취업을 하면 제대로 정년은 보장되는가? 그렇지가 않다. 2013년에 경희대 신동균 교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남자가 주 직장에서 45세까지 근무할 확률’은 1950년 이전 출생자가 70∼80%였던 것이 1958년생은 40%, 1962년생은 20% 수준으로 낮아졌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비정규직 비율은 32%에 이르고 그중 3분의 1 정도가 대졸 비정규직이다. 40대 중반 나이만 되면 언제 회사를 그만둬야 할지 모르는 불안한 근무환경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의 경제적인 능력 또한 일본의 부모와는 다르다. 베이비붐 세대가 지금처럼 자녀교육비, 결혼비용 등을 부담한다면 60% 가까이가 은퇴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따라서 부모 세대들은 냉혹한 사회를 탓하기 전에 자녀들이 냉혹한 사회를 살아갈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자립 교육을 시키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 ‘大入 거품’은 부모가 돈 대주기 때문


야마다 교수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의 대졸취업난은 경제 불황에도 이유가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것은 대학진학률이 높기 때문인데, 대학진학률이 높은 가장 큰 이유는 부모가 학비를 부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015년 기준 대학진학률 세계 1위는 한국(71%), 2위는 일본(55%)인데 두 나라 모두 ‘대학등록금은 부모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용을 본인들이 부담하는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수준 낮은 대학이 설립돼도 학생들이 잘 들어가질 않는다. 그런 대학에 가봐야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이나 일본에서도 본인 스스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면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과연 자신의 장래에 도움이 되겠는지를 보다 냉정하게 생각해 볼 거라는 말이다. 지금과 같은 저성장·고령화시대의 부모 역할과 관련해서 한 번쯤 경청해봐야 할 말이 아닌가 생각된다.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연금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