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훈 7단 ● 김현찬 4단 본선 16강 8국 10보(213∼250)
흑 17로 막는 김현찬 4단의 손길에는 허탈함이 묻어 있었다. 그 좋던 형세를 다 날려버리고 이제는 거꾸로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못내 서글픈 탓이다. 백도 물러서지 않고 18로 맞받아친다.
흑 19, 21로 두 번이나 빵때림을 해 기분 좋은 듯하지만 백 22로 침착하게 잇고 보니 흑의 약점이 너무 많다.
내친김에 흑 23으로 백 6점을 단수해 보지만 백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백 24로 흑 석 점부터 잡는다.
그래서 김 4단이 흑 25로 연결하자 백이 이번엔 26으로 방향을 선회한다. 흑 석 점을 잡는 것도 크지만, 이 패를 이긴다면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패는 복잡한 길이어서 유리한 쪽이 피하는 것이 보통인데 한상훈 7단은 이미 수를 다 봐놓은 듯 패를 결행한다.
서로 팻감을 짜내며 쓰는데 전보에서 흑이 시간 연장책으로 허비한 팻감이 이제 와선 무척 아쉬울 따름이다. 백 50을 보고 김 4단은 돌을 던졌다. 팻감 부족이 확실해지자 항복한 것. 한 7단의 담대한 패싸움이 종국을 앞당겼다. 28 34 40 46=○, 31 37 43 49=●.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