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국회정보위 보고]이산상봉 날, 北정보 쏟아낸 국정원
국가정보원 간부들이 20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회의실에서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감사를 받고 있다. 왼쪽부터 이헌수 기획조정실장, 한기범 1차장, 이병호 원장, 김수민 2차장, 김규석 3차장. 국회사진기자단
○ “북, 4차 핵실험 준비하고 있다”
국정원은 이날 “김일성 체제의 리더십이 100이라면 김정일은 50∼70, 김정은은 10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인민’을 90여 회 언급한 것도 북한식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라는 것. 북한 내부에서는 “먹고살기도 바쁜데 행사에 동원되다 보니 더 힘들어졌다”라는 불평이 쏟아졌다고 한다.
북한은 당 창건일에 맞춰 전 주민에게 월 생활비의 100%에 해당하는 특별상금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주민들은 “달러로는 50센트(약 550원)에 불과하다” “쌀 1kg도 살 수 없는 돈을 주고 감상문을 제출하라고 한다”며 불평했다고 한다. 국정원은 1달러에 대한 북한 돈의 공식 환율은 106원이지만 장마당 거래 환율은 7950원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북한의 4차 핵실험 가능성과 관련해 “당장은 아니지만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무산된 배경에 대해 “국제사회의 공조와 중국의 압력, 기술 준비가 미흡했기 때문에 (10일 전후의 발사는) 미뤄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또 10일 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무기들도 성능이 우수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특히 ‘핵 배낭’을 두고는 “핵 배낭 소형화 기술은 없다”고 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우리 정부의 입장은 북한의 핵 소형화 기술이 상당 부분 축적돼 있지만 핵 배낭을 만들 정도의 기술은 아직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 “빨치산 손녀도 해외 있으면 김정은 욕한다”
시장경제 요소가 퍼지고 외화벌이를 위해 외국을 경험한 주민이 늘면서 탈(脫)사회주의가 촉진되고 있다고 국정원은 분석했다. 장마당이 380곳에 이르는 북한에서는 이미 “당이 2개 있다. 장마당은 이익이 되는데 노동당은 이익이 안 된다”는 말이 돌 정도라고 한다.
국정원에 따르면 현재 외국에 나간 북한 근로자는 5만8000명이며 그동안 누계로 따지면 22만 명에 이른다. ‘외국 물’을 먹어 개방적 성향인 이들의 입소문 영향력도 무시하기 어렵다. 빨치산 출신의 손녀도 6개월만 해외에 있으면 김정은을 욕하게 될 정도라고 한다. 해외 근로자들의 연간 수입은 1억3000만∼1억5000만 달러(약 1470억∼1700억 원)에 달해 북한 지도층도 함부로 할 수 없다.
북한은 사이버 외화벌이 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말레이시아 등에 1100여 명이 파견된 정보기술(IT) 인력 1명의 연간 소득은 2만 달러 규모로 일반 해외 근로자 소득(3000달러)의 7배에 이른다. 사이버 외화벌이는 △온라인 도박 사이트 운영 △온라인 게임 아이템 판매가 주로 이용된다고. 북한이 개입한 한 스포츠 도박 사이트는 올해 상반기에 4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또 온라인 게임 아이템을 자동으로 확보하는 ‘오토 프로그램’을 만들어 판매한 자금의 상당액이 북한으로 유출됐다고 국정원은 추정했다.
○ “김경희는 평양 칩거 상태”
한편 사망설이 돌았던 김경희(김정은의 고모) 전 노동당 경공업부장은 평양에 칩거하며 지병을 치료 중이라고 한다. 국정원은 “김경희의 건강이 특별히 나쁘지는 않은 상태”라고 보고했다. 김정은의 목 뒤에 혹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혹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