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과 오락의 차이는 뭘까. 형법에는 ‘도박한 사람은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며 ‘다만 일시오락에 불과한 때는 예외로 한다’고 돼 있다. 2007년 판돈 26만 원으로 ‘훌라’ 게임을 한 사람들은 일시오락이라고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06년 판돈 2만 원으로 고스톱을 친 사람은 기초생활수급자로서 생활비에 비해 큰돈이라며 유죄 판결을 받았다. 시간 장소 경제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본다지만 일반인의 눈엔 애매하다.
▷프로야구 통합 5연패를 노리는 삼성 라이온즈가 마지막 관문인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복병을 만났다. 핵심 선수 2명이 해외 불법 도박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삼성은 2008년에도 13명의 선수가 불법 인터넷 도박으로 걸려들었다. ‘삼성의 선수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야구팬들이 올린 댓글 중에는 ‘남에게 피해 준 것도 없고 자기 돈으로 즐기는데 뭐가 문제냐’는 내용도 있다.
▷화장품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 중견 해운업체 문모 대표 등 기업인들도 불법 도박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마카오 호텔 카지노에 차려진 VIP룸, 이른바 정킷(junket)방을 빌려 도박을 하면서 한 번에 7억∼14억 원을 썼다. ‘맨손으로 오면 된다’며 돈을 빌려주고 불법 환전을 해준 뒤 수수료를 챙긴 조직폭력배들이 뒤에 있다고 한다. 조폭과 카지노, 섹스 등이 얽힌 영화 ‘대부’를 뺨치는 스토리다.
▷도박은 인류 역사와 함께한다. 그리스신화에서 제우스신 등이 주사위를 던져 우주를 천국 지옥 바다로 나눠 가진 것이 사상 최대 판돈의 도박이었다고 할까. 최근 중국 관영 CCTV는 한국의 일부 카지노들이 무료 성접대 같은 부적절한 수단을 동원해 중국인 고객을 모집하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 제주도에서 원정 도박을 한 중국인들과 한국인 브로커 등 107명을 체포했다. 다들 카지노를 열어 외국인을 끌어들이려고 하면서 자국민에게는 금지한다. 외국인에게는 오락이 내국인에겐 도박인가.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