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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시차 좁아졌지만 나라별로 여전히 다른 독특한 공연문화

입력 | 2015-10-21 03:00:00

한국에만 있어요… 외국에만 있어요




미국 브로드웨이와 국내의 ‘뮤지컬 시차’가 급격하게 줄고 있다. 2013년 토니상 6관왕에 올랐던 브로드웨이 화제작 ‘킹키부츠’는 지난해 말 세계 최초의 라이선스 공연으로 한국 무대에 올랐다. CJ E&M 제공

뮤지컬의 본고장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영국 웨스트엔드와 한국의 공연 시차는 점점 좁혀지고 있다. 토니상 6관왕을 차지했던 뮤지컬 ‘킹키부츠’는 브로드웨이에 이어 라이선스 버전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한국 무대에 올랐다. 공연 시차는 줄어들었지만 공연 문화는 아직도 다른 점이 적지 않다. 한국 뮤지컬계만 있거나 반대로 외국에만 있는 것을 비교해 정리했다.

브로드웨이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 뮤지컬로 꼽히는 ‘위키드’ 오리지널팀 공연. 국내에선 2013년 한국어 버전으로 초연됐고 배우 옥주현 정선아 등이 출연했다. 설앤컴퍼니 제공

○ 한국에만 있는 것

국내 뮤지컬 제작사들은 첫 공연이 올려지기 대략 6주∼두 달 전 티켓 오픈을 하며 개막부터 폐막까지 전체 공연의 배우 캐스팅 스케줄을 주요 배역별로 공개한다. 스타 마케팅으로 인해 한 배역을 여러 명의 배우가 맡는 멀티캐스팅이 보편화하면서 배우 스케줄 발표는 관행이 됐다.

반면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선 주역이 바뀌지 않는 ‘원 캐스트’ 캐스팅이 이뤄져 배역 발표가 무의미하다. 주연 배우의 컨디션이 안 좋은 경우 ‘얼터’ 배우가 대신 무대에 오르기도 하지만 대개 당일 아침에 극장 내 게시판에 공지된다. 갑작스러운 캐스팅 변경이 이뤄져도 관객의 항의는 거의 없는 편이다.

조용신 뮤지컬 평론가는 “한국의 경우 관객이 티켓을 구매할 때 어떤 배우냐가 중요한 기준이 되지만 외국에서는 배우보다는 어떤 프로덕션(제작사)의 작품이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브로드웨이 극장주협회가 발간하는 무료 공연 잡지 ‘플레이빌’. 공연 중인 작품에 대한 정보는 물론이고 배우, 스태프에 대한 인터뷰 기사 등이 실 려 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최고가 좌석… 한국은 1층, 외국은 2층

국내에서 가장 비싼 VIP석은 대개 극장 1층 좌석 중앙 구역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1층 좌석은 VIP석 대부분과 바로 아래 등급인 R석 일부로 채워진다. 반면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의 VIP석은 2층 맨 앞줄 중앙 좌석이다. 무대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장점 덕택이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교수(순천향대 신문방송학)는 “외국은 1층이라고 해도 사이드 좌석은 시야제한석으로 분류돼 가장 싼 가격에 팔린다”며 “외국의 경우 무대와의 거리보다는 한눈에 무대 전체를 감상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게 고려된다”고 말했다.

로터리 티켓(lottery ticket)은 국내에는 없지만 외국에서는 일반화돼 있다. 공연 시작 대략 2시간 전 매표소 앞에서 추첨을 통해 잔여석 또는 일부 남겨놓은 좌석에 한해 50% 이상 할인해주는 티켓이다. 인기 뮤지컬의 경우 가장 비싼 티켓이 200달러 안팎이지만 로터리 티켓은 30∼40달러에 살 수도 있다.

○ 커튼콜 사진 촬영은 한국만 허용… 외국은 맥주 마시며 관람

공연이 끝나면 출연 배우 전원이 무대에 올라 관객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5분 남짓한 커튼콜이다. 국내에선 관객에게 사진 촬영이 허락되는 유일한 시간으로 ‘팬서비스’ 차원이다.

반면 외국 공연장에선 커튼콜 때도 사진을 찍어서는 안 된다. 엄격한 저작권 때문이다. 그래서 외국 공연장에선 공연 뒤 극장 밖을 나서는 배우의 모습을 사진에 담기 위해 카메라나 스마트폰을 들고 출입문 앞에서 대기하는 관객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외국에서는 가능하지만 국내에선 허용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극장 안에서 맥주나 간단한 스낵, 음료 등을 마시는 것이다. 조용신 평론가는 “외국은 대부분의 공연장이 과거 극장식당에서 출발한 경우가 많아 1층 객석 뒤편에 맥주나 와인 등을 파는 간이 바(bar)가 마련된 곳이 많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