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벤트… 폐간… 두 계간지의 명암
문학과지성사(이하 문지)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행사가 한창이다. 창사 40주년을 기념해 개설한 웹페이지(www.moonji.com/40years)에는 문지가 출간한 책들에 관한 서평과 인터뷰가 올라와 있다. 도서 관련 퀴즈, 문지 책 사진 올리기 등 독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코너도 있다.
계간 ‘문학과지성’ 창간부터 시작되는 타임라인이 눈에 띈다. 첫 책으로 홍성원 단편집 ‘주말여행’과 조해일 장편 ‘겨울여자’ 출간(1976년), 황동규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를 제1권으로 한 ‘문학과지성 시인선’ 시작(1978년), 계간 ‘문학과지성’이 강제 폐간된 뒤 8년 만에 ‘문학과사회’로 이름을 바꿔 문예지 창간(1988년), 최인훈의 소설 ‘광장’과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100쇄 돌파(1996년) 등이 등장한다. 2000년대 이후에도 김병익 초대 대표이사 퇴임과 채호기 2대 대표이사 취임(2000년), 제1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통해 소설가 정이현을 비롯한 신인 배출(2002년), 복거일 장편 ‘역사 속의 나그네’를 완간한 올해에 이르기까지 문지의 역사가 정리돼 있다.
잘 알려졌듯 문지는 이른바 4K(김현 김병익 김주연 김치수)가 창간한 같은 이름의 계간지가 모태가 된 출판사다. 문학공동체 개념으로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1990년대 이후 많은 출판사가 사업 확장에 힘을 기울인 데 비해 문지는 한국문학 출판이라는 상징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데 집중해왔다(현재 문지의 매출 규모는 40억 원으로 15년 전과 비슷하다).
때마침 민음사의 계간지 ‘세계의문학’이 40년 만에 폐간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민음사 관계자는 “과거 문학이 여러 문화 영역 중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을 때 탄생한 문예지였지만 이제는 바뀐 시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에 결정됐다”고 말했다. 문예지의 독자가 한정된 데다 한국문학 자체의 위축, ‘세계의문학’과 민음사가 한국 문단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는 것, 문예지가 경제적으로도 손해가 큰 사업이었다는 것 등이 원인으로 꼽혔지만 오랜 역사의 계간지가 막을 내린다는 데 아쉬움을 전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민음사는 “과거의 독자가 몰랐던 부분을 문예지를 통해 알게 되고 감동을 받고 싶어 했던 데 비해, 요즘 독자는 그들 자신이 가장 새로운 사람들”이라며 “이들의 삶과 관심사에 보다 쉽게 접근하고 싶다”고 밝혔다. 기존 문예지를 대신할 수 있는 채널에 대한 모색도 민음사의 고민 중 하나라고 한다.
40년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두 문학 이슈가 21세기의 새로운 독자들과 어떻게 발맞춰 나갈지 주목할 일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