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리스타트]<8·끝>취업 대신 창업 선택한 2030 사장님들
셀프촬영 기기 ‘셀디’… 크기 조절 저장용기 ‘퍼즐락’… 정재현 ㈜마이포브 대표가 6가지 기능을 지닌 다용도 셀프촬영 기기 ‘셀디’를 선보이고 있다(위쪽). 박현진 ㈜퍼즐락 대표가 크기 조절이 가능한 저장용기인 ‘퍼즐락’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 사람은 4월 경기 안산시 상록구 안산대학로 안산대 창업보육센터에 공동 사무실을 마련한 뒤 한 공간에서 일하고 있다. 안산=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정재현 ㈜마이포브 대표(31)는 2012년 지하철을 탔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주변 승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스마트폰을 쥐고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었다. 불편해 보였다.
당시는 대학 졸업 후 은행에 취직했다 관둔 뒤, 통·번역 대학원 입시 준비를 하던 때였다. 그 역시 이동할 때마다 영어 공부를 위해 스마트폰으로 영어 강연이나 미국 드라마를 틀곤 했고, 손으로 기기를 들고 시청해 왔다. 영상을 볼 땐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손으로 스마트폰을 들고 있을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목걸이형 스마트폰 거치대가 있다면 굳이 손을 쓰지 않아도 될 텐데….’
○ 창업사관학교에서 꿈을 키우다
정 대표는 그렇게 대학원 진학을 접고,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지난해 입교했다.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 창업자를 매년 선발해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총사업비의 70%에 대해 1억 원 이내의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창업 교육을 받는 한편, 사관학교 동기생들과 교류하면서 아이템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주변에선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대는 대중교통에서 어색한 기구(목걸이형 거치대)를 사용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고 조언했다. 야외 활동객이 목걸이형 장비를 이용해 손을 대지 않고도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면 인기 있는 제품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정 대표는 고민 끝에 스마트폰과 액션캠 등을 얹어서 스스로의 모습을 촬영할 수 있는 다목적 셀프촬영 디바이스 ‘셀디’를 만들었고, 지난해 10월 ㈜마이포브를 창업했다. 창업자금은 중진공에서 5600만 원 정도를 지원받고, 일부는 기술보증기금 대출을 받아 충당했다. 조만간 크라우드펀딩(소액 투자자의 인터넷을 통한 투자)을 통해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창업은 마치 게임을 진행하는 것 같아요. 구상부터 제품 출시까지 각 단계가 넘어갈 때마다 게임의 미션을 완수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처럼 재미있더라고요.”
○ 기업 키운다는 포부로 어려움도 견뎌
중소기업청이 이달 발표한 ‘창업기업 실태조사’(2012년 기준, 창업 7년 이내 기업)에 따르면 창업자 166만1481명 중 20대(2만2817명)와 30대(24만3275명)는 16%를 차지한다. 특히 20대는 1.4%로 ‘극소수’에 불과하다. 게다가 제조업 창업은 아이디어 구상도 어렵지만 자본금도 많이 들고 시장 개척도 쉽지 않아 20대 청년에게는 만만찮은 도전이다.
크기 조절이 가능한 저장용기를 만드는 ㈜퍼즐락의 박현진 대표(26)는 25세이던 지난해 5월 회사를 설립했다. 2012년 대학에서 ‘창업론’이라는 수업을 듣다가 생활밀착형 제품을 만들자는 생각에 이색 저장용기를 구상하게 됐고, 2013년 한 방송사에서 진행한 발명 경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지난해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교해 본격적으로 창업을 준비했다.
“제 자신보다는 제가 키우는 기업이 부자가 되는 게 목표예요. 사람들에게 필요한 제품, 우리 가족도 안심하고 만족하며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동안 회사에 취업할 기회가 있었고 괜찮은 회사에 들어갈 자신도 있었다. 주변에도 창업을 한 친구가 거의 없었지만, 고민 끝에 창업을 택했다. 조만간 제품 출시를 앞둔 가운데, 나이 많은 거래처 임직원들을 만나면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무시를 당한 적도 많았고, 부당한 납품가격을 제시받기도 했다. 제조업 분야에서 쓰는 전문용어와 현장에서 쓰는 일본식 표현도 몰라서 일일이 몸으로 부딪치면서 업무를 익혀야 했다.
박 대표는 “자신만의 일을 주도적으로 하다 보면 며칠 동안 밤을 새워도 힘들지 않다”며 웃었다. “제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생각해요. 끝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사업을 키워 나갈 겁니다.”
특별취재팀
▽김선미 소비자경제부 차장(팀장)
▽김범석 박선희 한우신 최고야 김성모(소비자경제부) 이지은 유성열(정책사회부) 장윤정 박민우 김준일(경제부) 김창덕 이샘물 기자(산업부) 장원재 도쿄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