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코리아 대표 윤종수 변호사
윤종수 크리에이티브커먼즈코리아 대표(법무법인 세종 파트너 변호사)가 최근 서울에서 열린 ‘CC글로벌서밋’의 웹사이트를 내보이며 웃고 있다. 윤 대표는 10년간 국내에서 저작권 공유 운동을 펼쳤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이 행사를 준비한 CC코리아의 윤종수 대표(49)는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 변호사로 2005년 CC코리아를 설립했다. 당시 서울고등법원 판사로 한국정보법학회 총무였던 그에게 황찬현 학회장(현 감사원장)이 로런스 레시그의 논문을 번역하라고 맡긴 것이 계기였다.
이 ‘단순한 숙제’를 끝낸 뒤 그의 생각은 바뀌었다. 당시엔 모든 저작권을 저작권자가 독점 행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윤 대표는 경우에 따라 일부 저작권을 풀어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면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예컨대 노래에 저작권료를 받지 않고 공짜로 음원을 공개한다면 음원에 ‘CCL(Creative Commons License)’ 표시를 붙여 음악을 더 쉽게 알릴 수도 있고 듣는 사람도 이를 활용해 또 다른 창작물을 만들 수 있다.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나 이미지 공유 사이트인 플리커 등도 CCL을 적용한 대표적인 서비스다.
윤 대표는 그간의 활동이 쉽지 않았지만 방송통신·저작권·정보기술 분야의 전문성이 생기는 등 얻은 게 많았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CCL 인식이 높아져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도 CCL을 도입했고 블로거들도 글에 CCL 표기를 붙이는 게 일반화됐다. CC코리아는 2009년 사단법인으로 전환해 현재 서정욱 서울대 의대 교수가 이사장으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인호 중앙대 법학대학원 교수, 구글 네이버 다음의 임원들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윤 대표는 지난해 판사 생활을 접고 세종으로 자리를 옮겼다.
“인생이 계획대로 되는 것만은 아니더라고요. 얼떨결에 한 문서 번역을 계기로 저작권 분야에 빠지게 됐잖아요. 어떤 일이 닥쳤을 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열심히 하면 그게 저에게 도움이 되고 결과적으로는 사회에 기여할 게 많아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윤 대표는 앞으로도 할 일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저작물 공유에 그치지 않고 공유된 저작물로 보다 가치 있는 걸 창조해야 한다”며 “CCL과 관련한 불합리한 규제나 경직된 법체계 등이 개선될 수 있게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