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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팔 밀항돕고 유골함 가져온 조카 숨진채 발견

입력 | 2015-10-21 03:00:00

사무실서… 曺씨 생사규명 핵심인물 강태용 검거후 재수사 방침에 고통
경찰 “우울증약 다량복용… 자살 추정”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조카 유모 씨(46)가 20일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조희팔의 중국 밀항을 돕고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유골함을 국내로 들여오는 등 조희팔의 생사 규명에 필요한 핵심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혔다.

대구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55분경 대구 동구의 한 사무실에서 유 씨가 정신을 잃은 채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근처에 사는 친구 김모 씨(47)가 발견했다. 유 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낮 12시 40분경 숨졌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 대신 유 씨가 복용 중이던 약 봉지가 발견됐다. 앞서 유 씨는 16일 우울증을 호소하며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찾았고 42알의 치료약 처방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발견된 약 봉지에는 13알만 남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검안한 의사는 급성 약물 중독사라는 소견을 냈다”며 “유 씨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우울증 약을 한꺼번에 먹고 자살을 시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 씨는 조희팔 누나의 아들이다. 그는 2008년 12월 중국으로 건너가 30t급 어선을 빌린 뒤 서해상에서 조희팔을 태우고 잠적했다. 조희팔이 중국 잠입에 성공한 뒤 유 씨는 귀국해 자수했다. 그는 조희팔의 밀항을 도운 혐의로 2010년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이듬해 만기 출소했다.

이후 유 씨는 다시 중국으로 건너가 조 씨와 함께 생활하는 등 국내외에서 지속적으로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행적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조희팔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에는 장례식에 참석하고 유골함을 국내로 들여와 공원묘지에 안장하는 일을 도맡아 처리했다. 그는 최근 일부 언론을 통해 “외삼촌(조희팔)이 중국에서 6개월마다 집을 옮겨 다녔고 2011년 12월 심근경색으로 숨진 것이 맞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유 씨는 최근 주변 사람들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숨진 사무실도 올해 5월 빌렸지만 이렇다 할 사업을 시작하지 못한 상태였다. 유족들은 경찰 조사에서 “유 씨가 컴퓨터 대여 사업을 하려고 했지만 잘되지 않아 요즘 ‘힘들다’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조희팔의 최측근인 강태용(54)이 10일 중국에서 검거된 뒤 검경이 전면재수사 방침을 밝히자 주변에 심적 고통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해 유 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힐 예정이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