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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년생 총리… 캐나다 10년만에 정권교체

입력 | 2015-10-21 03:00:00

자유당, 보수당 누르고 집권
트뤼도 前총리의 장남… 첫 父子총리
‘훈남’ 스타일에 젊은층 열광적 지지… 교사-라디오 진행자 등 다양한 경력
부자증세-서민감세-이민확대 공약




캐나다에서 40대 총리가 탄생했다. 쥐스탱 트뤼도 대표(44)가 이끄는 자유당이 집권 보수당을 누르고 약 10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20일 캐나다 공영방송 CBC 등에 따르면 19일 실시된 캐나다 총선에서 자유당은 전체 하원 선거구 338곳 가운데 184곳에서 승리하며 압승했다. 잠정 집계 결과 집권 보수당은 99석을 얻어 제1야당이 됐고, 신민주당은 44석을 획득해 제1야당에서 제2야당으로 위상이 낮아졌다. 퀘벡당과 녹색당이 각각 10석과 1석을 차지했다.

트뤼도 대표는 자유당 압승이 확실시된 후 승리 연설을 통해 “이것은 긍정적인 정치가 이뤄낸 일”이라며 “우리는 희망으로 두려움을 이겨냈다”고 지지자와 국민에게 감사를 표했다.

캐나다는 젊은 스타 총리의 탄생으로 들떠 있는 분위기이다. 23대로 기록될 신임 총리는 캐나다 정치의 거목으로 통하는 피에르 트뤼도 전 총리(1919∼2000)의 장남으로 캐나다는 역사상 첫 ‘부자(父子) 총리’를 갖게 됐다. 트뤼도 가문은 ‘캐나다의 케네디 가문’으로 불린다.

피에르 트뤼도 전 총리는 1968∼1979년, 1980∼1984년 등 무려 15년여 동안 총리를 지냈으며 자유당을 이끌며 영국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실현하는 캐나다의 새 헌법을 제정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진보가치를 정착시켜 ‘현대 캐나다를 만든 아버지’로 불린다. 그는 총리 시절 미국 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염문을 뿌리다 52세 때 29년 연하의 배우와 결혼해 1971년 맏아들 쥐스탱을 얻었다. 쥐스탱과 두 동생은 부모가 이혼한 1984년 이후 아버지와 함께 생활했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그는 밴쿠버에서 프랑스어와 수학 교사로 잠시 있었고, 이후 번지점프 코치, 라디오 진행자 등 여러 직업을 거쳤다. 2005년 기자 출신인 현 부인과 결혼해 2남 1녀의 자녀가 있다. 2007년에는 CBC TV 미니시리즈 ‘더 그레이트 워(The Great War)’에서 배우로 출연하기도 했다.

10대 때부터 자유당 지원 활동을 조금씩 해 오던 그는 2000년 아버지 장례식에서 명연설로 국민들의 뇌리에 남았다. 당시 정가에서 그가 총리감이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였다.

2008년 총선에서 몬트리올 파피노 선거구에서 처음 하원의원으로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고, 2011년 총선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2013년엔 42세의 젊은 나이에 자유당 대표로 선출됐다.

키가 크고 잘생긴 외모의 ‘훈남’ 스타일인 그는 청바지를 즐겨 입으며 이번 선거 기간에도 스포츠를 즐기고 측근 보좌관과 함께 매일 복싱 스파링을 한다는 사실이 전해져 젊은층으로부터 열광적 지지를 받았다. 정치인을 넘어서 연예인 같은 힘을 갖고 있어 부친으로부터 ‘트뤼도 마니아’(1960, 70년대 트뤼도 전 총리의 열광적인 팬을 가리키는 조어)를 물려받았다는 얘기까지 나왔을 정도다.

한편 캐나다의 이번 정권 교체의 배경으로는 경제상황 악화가 거론된다. 성장동력이 없는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의 하락으로 산유국인 캐나다 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트뤼도 대표는 부자 증세와 서민 감세, 이민 확대 정책을 강조해 왔다. 배우자의 경우에도 입국 즉시 영주권을 주고 부모, 조부모 초청 쿼터도 현재 연간 5000명에서 1만 명까지 늘리겠다는 것이다. 부모와 함께 이민을 올 수 있는 자녀 연령도 현 19세에서 22세로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일각에서는 정치 경력이 짧은 그가 국정운영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