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처음으로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밝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플은 그동안 자동차 산업 진출에 대한 소문만 무성할 뿐 이와 관련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팀 쿡(Tim Cook) 애플 CEO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라구나 비치에서 월스트리트저널(WSJD)이 주최한 연례 간담회 자리를 통해 처음으로 자동차 산업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팀 쿡은 CEO는 “자동차 산업은 거대한 변화의 변곡점에 있다”라며 “소프트웨어가 미래 자동차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고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운전자들이 자동차 안에서 아이폰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애플의 자동차 개발에 대한 소문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애플의 전기차 프로젝트, 이른바 ‘프로젝트 타이탄’은 포드의 전 엔지니어 출신이자 아이폰 개발을 이끌던 스티브 자데스키가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지난 2013년부터 연구개발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프로젝트 타이탄에 투입된 인력이 최근 3배가량 늘어나는 등 자동차 개발에 대한 욕구를 키워왔다.
팀 쿡의 이번 발언과 그동안 외신 보도를 종합해 보면 애플의 첫 번째 자동차는 반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전기차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은 자동차 산업에 후발주자로 진입하는 까닭에 기존 내연기관 엔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작이 단순한 전기차에 몰두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다만 그동안 애플의 첫 자동차, 가칭 ‘아이카(iCAR)’에 온전한 자율주행기능 탑재는 미지수로 남았다. 팀 쿡은 이번 간담회를 통해 애플 카플레이(Car Play)와 같은 자동차용 소프트웨어의 중요성 만을 강조했다. 또한 최근 미국에서 자율주행차가 무선 해킹 공격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자율주행차 개발에 제동이 걸리는 상황이다.
한편 최근 차량용 소프트웨어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차량 멀티미디어 시스템에 연동시키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내비게이션, 음악감상, 전화, 메시지 보내기 등 각종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가동된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폴크스바겐, 쉐보레 등 양산차 업체들은 앞다퉈 애플의 카플레이와 구글(Google)의 안드로이드 오토(Android Auto)를 새롭게 출시하는 신차들에 탑재하는 추세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