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들, 성장세 둔화에 자구책 모색
‘등골브레이커’(등골을 휘게 할 만큼 비싼 상품)란 별칭으로 불릴 만큼 값비싼 다운재킷을 경쟁적으로 선보였던 아웃도어 업체들이 최근 가격 거품 빼기에 나서고 있다.
아웃도어 업체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최고급 헝가리 구스다운이나 수입 소재를 쓴 고급 다운재킷을 전면에 내세웠다. 고산지대에서 필드테스트까지 마친 고기능성 헤비다운인 K2의 ‘라르티스’(78만9000원) 등 기능성을 강조한 전문가급 제품이 많았다.
하지만 아웃도어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변화가 필요해졌다. 고가 패딩 붐의 효시 격이던 ‘노스페이스’의 영원아웃도어는 올해 1, 2분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29%, 31% 감소했다. 특히 2분기에는 영업이익이 적자를 냈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어서 주요 업체의 향후 실적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웃도어 업체들이 자구책으로 들고 나온 것은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다. 특정 연령대나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폭넓은 계층에서 제품이 소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업체들은 값비싼 수입 소재 대신 자체 개발한 국산 소재를 활용하거나 디자인을 단순화해 야외 활동 때만이 아니라 도심 출퇴근용으로도 부담 없이 입을 수 있게끔 했다. 전략 제품 물량을 조절해 가격을 낮추기도 했다.
삼성패션연구소 나인경 선임연구원은 “상위 브랜드들이 전년보다 매출 목표치를 내려잡았을 정도로 현재 아웃도어 시장은 과포화 상태”라며 “기능성 겨울 아우터에만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라인을 최대한 세분해서 판매 범위를 넓혀 가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나 연구원은 “가격 정책 변화 역시 가격을 일부 내려서라도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새로운 수요를 끌어오려는 업체들의 다양한 실험 중 하나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