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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기류 휩싸인 대기업 계열사 매각

입력 | 2015-10-22 03:00:00

재무구조 개선계획 빨간불




현대 동부 등 대기업집단(그룹)의 구조조정 일환으로 추진하던 주요 계열사 매각 작업이 잇달아 난항을 겪고 있다. 중견 건설사들의 ‘도미노 파산’으로 매물이 쌓인 건설업계의 인수합병(M&A) 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M&A 시장을 통한 대기업 구조조정과 부실기업의 정상화 작업이 지연되면서 그룹 재무구조 개선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한국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9일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코리아(오릭스PE)가 현대증권 인수를 포기하면서 현대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증권 매각은 현대그룹 자구계획의 마지막 핵심 절차로 간주됐다. 그룹 측은 2013년 말 내놓은 3조3000억 원 규모의 자구계획 중 현재까지 3조3318억 원을 이행해 목표치를 채운 만큼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매각이 무산되자 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상선에 빌려준 주식담보대출 2000억 원의 만기를 현대증권 매각 완료 시점까지 연장해주는 방안을 즉각 내놨다. 현대상선은 올해 2분기(4∼6월)에 이어 3분기에도 영업적자가 예상돼 유동성 위기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동부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계열 분리된 비(非)금융계열사 가운데 국내 물류업계 3위 업체인 동부익스프레스의 매각 작업도 삐걱대고 있다. 매도자인 사모펀드 KTB프라이빗에쿼티(PE)와 매각 본입찰에 단독 참여한 현대백화점이 인수 가격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동부건설도 매각 여부가 불투명하다. 지난달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해 유력 인수 후보로 꼽혔던 삼라마이더스(SM)그룹, KTB PE 등이 잇달아 인수를 포기했다. 이달 27일로 미뤄진 본입찰 자체가 다음 달로 연기될 가능성도 나온다.

특히 건설업계에는 동부건설을 비롯해 올 들어 두 차례 매각이 불발된 극동건설, 성우종합건설, 우림건설 등 기업재무구조개선(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업체들의 M&A 매물이 쌓여 있다. 여기에다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STX그룹도 조만간 STX건설 매각 공고를 낼 계획이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매물이 쌓이면서 건설사 M&A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시멘트업계 1위 업체인 쌍용양회공업은 채권단이 이달 12일 공개매각을 공고한 뒤 인수의향서를 받고 있다. 하지만 쌍용양회 지분 32.36%를 보유한 2대 주주이자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해온 일본 태평양시멘트가 매각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옛 동양그룹의 주력 계열사였던 ㈜동양은 법정관리 조기 졸업을 앞두고 법원이 매각 방안을 확정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동양의 지분이 분산돼 있어 매각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주요 계열사 매각이 지연되면서 대기업 구조조정에도 차질이 예상된다”며 “부실기업 정리가 늦어지면 전체 산업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다른 회사의 매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업 매각 계획이 연이어 어그러져 우려가 크다”며 “유암코(연합자산관리)를 통해 1호 매수 기업을 선정한 뒤 기업 구조조정 속도를 높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임수 imsoo@donga.com·주애진·장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