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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미짱’ 일본 강타, ‘욘사마’ 안 부럽네

입력 | 2015-10-22 05:45:00

올해만 5승을 거두면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역대 한 시즌 최다상금을 돌파하고 신기록 행진 중인 이보미. 이보미는 일본에서 ‘보미 짱’으로 불리며 여느 스타 못지않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사진제공|르꼬끄골프


■ 일본 현지에서 확인한 이보미의 ‘골프 한류’

상냥한 미소와 겸손함에 실력까지 겸비
클럽하우스 안엔 이보미 사진으로 도배
TV 출연에 패션쇼 제안까지 ‘인기 실감’


‘보미 짱’으로 불리며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보미(27). 얼마 전 일본 아사히신문에서 ‘한국인하면 떠오르는 인물’을 뽑는 설문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등과 함께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골프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은 물론 언론사에서 선정하는 인기 스포츠스타 투표에서 1∼2위를 다툰다. 최근에는 패션쇼 무대에 서 줄 것을 제안받기도 했다. 실제 인기는 어떨까.

21일 오전 10시30분. 일본 오사카 간사이공항에 내리자마자 서점으로 향했다. 스포츠관련 잡지가 모여 있는 코너에서 이보미의 얼굴이 실린 잡지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서점에 진열된 10여 개의 골프잡지 중 골프다이제스트와 왜글 등이 이번 달 표지모델로 이보미를 실었다.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인 골프만화 잡지 ‘보기’는 올해만 이보미를 3번이나 표지모델로 실었다.

3시간 뒤 JLPGA 투어 노부타그룹 챔피언십이 열리는 효고현 미키시 인근의 마스터스 골프클럽에서도 이보미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노부타그룹 챔피언십은 총상금 1억4000만엔으로 메이저급 규모를 자랑하며 특히 이보미의 타이틀 스폰서에서 주최하는 대회다.

클럽하우스 안은 온통 이보미로 도배돼 있었다. 이보미의 실물 크기와 같은 포스터부터 이보미의 우승 장면을 담은 사진을 비롯해 심지어 이보미가 모자에 붙이는 스폰서의 로고까지 기념품으로 만들어 팔고 있었다.

언론의 관심도 뜨거웠다.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두고 마지막 샷 점검을 하고 있는 이보미를 따라 10여 명의 현지 기자들이 열띤 취재 경쟁을 펼쳤다. 오후 3시 경 프로암 경기를 끝낸 이보미가 클럽하우스로 들어왔다. 순간 이보미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들이 주위를 둘러쌌다. 10여 분 동안의 짧은 인터뷰였지만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이번 대회에 대한 전망부터 ‘조카 바보’로 알려진 이보미의 일상 등에 대해 궁금해 했다.

인터뷰 뒤 이보미는 다시 어디론가 이동했다. 이번에는 연습 그린 옆에서 TV방송 인터뷰를 했다. 30여 분 정도 인터뷰를 한 이보미는 그제서야 드라이빙레인지로 이동해 마지막 샷 점검을 시작했다.

이런 일은 거의 매주 반복된다. 이보미의 일본 현지 매니저인 재일동포 유아야 씨는 “이보미의 인기는 일본 내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얼마 전에는 일본 다이제스트에서 선정한 최고 인기스타로 뽑히기도 했다”면서 “이보미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일본에서 활동하는 다른 선수들의 인기도 덩달아 올라가고 있다. 특히 얼마 전 우승을 차지한 김하늘 선수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일본 오사카 간사이공항 서점의 스포츠관련 잡지 코너에서는 이보미가 표지모델로 실린 잡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미키(일본 효고현)|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이보미의 인기 비결은 상냥함과 친절함 그리고 겸손이다. 유아야 씨는 “팬층도 다양하다. 여자보다 남자가 많고 30대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남성팬들이 좋아한다. 뿐만 아니라 대회 기간이면 직접 편지를 써서 전달하거나 선물을 주고 가는 팬들도 많다. 최근에는 골프를 전혀 알지 못하는 일반인이 이보미 선수의 사인을 받는 것이 소원이라며 부탁하기도 했다”면서 “일본에서 이렇게 인기가 높은 한국선수는 이보미가 처음이다. 상냥한 미소와 친절함, 그리고 겸손한 모습에 많은 분들이 좋아한다. 그리고 실력도 최고다”라고 덧붙였다.

올해부터 JL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후배 배희경(23·호반건설)도 이보미의 인기에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배희경은 “경기를 하다보면 (이)보미 언니의 인기를 실감할 때가 많다. 국내에서 뛸 때는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막상 일본에 와서 경험해보니 정말 대단하다. 언니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보미의 인기는 한국에서도 이어진다. 30일에는 강원도 평창의 알펜시아 골프장에서 일본 팬들과 함께 하는 골프대회를 연다. 약 140명 정도가 이보미와 골프데이트를 즐기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

이보미는 올해만 5승을 거두면서 JLPGA 투어 역대 한 시즌 최다상금을 돌파하고 신기록 행진 중이다. 앞으로 약 2000만엔을 추가하면 역대 처음으로 한 시즌 상금 2억엔을 돌파하는 대기록도 쓰게 된다. 상금왕 등극까지는 9부 능선을 넘어 선 단계다.

이보미는 “최근에는 거리를 지날 때나 음식점에 가면 이름을 부르며 알아보는 팬들이 많아졌다. 나에겐 과분한 사랑이다. 늘 겸손한 마음으로 조금씩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고 싶다”며 고마워했다.

미키(일본 효고현)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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