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김성욱. 스포츠동아DB
스퀴즈번트 중 방망이 뺀 ‘돌발행동’
첫 PO 승리구를 관중석에 던지기도
김성욱(22·사진)을 향한 NC 코칭스태프의 의견은 분분하다. 그의 플레이는 천재와 바보 사이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했다. 19일 플레이오프(PO) 2차전 1-1로 맞선 8회말 1사 3루, NC 벤치는 타석의 김성욱에게 스퀴즈번트 사인을 냈다. 스퀴즈번트 때는 어떤 공이 날아오든 무조건 방망이를 대야 한다. 그래야 주자가 산다.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한일전에서 김재박(현 KBO 경기감독관)의 그 유명한 ‘개구리번트’도 그렇게 탄생했다. 그러나 김성욱은 두산 투수 함덕주의 공이 높게 날아오는 것을 보고 방망이를 뒤로 뺐다. 결국 폭투가 됐고, NC는 결승득점을 올렸다.
경기 후 NC 김경문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김성욱의 플레이에 대해 고개를 갸웃했다. “스퀴즈번트면 무조건 대야 하는 것 아니야?”, “아니야. 만약 그랬다가 파울이 되면 득점이 무산되는 거잖아.”, “그래도 스퀴즈면 대야지. 포수가 공을 잡으면 주자가 죽잖아.”, “공이 높다고 보고 방망이를 뺀 거잖아. 대단한 것 아니야?” 5대5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서도 공통된 의문점은 있었다. “그나저나 (김)성욱이는 야구천재인 거야? 바보인 거야?”
김성욱의 엉뚱함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발휘됐다. 팀이 이기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NC의 창단 첫 PO 승리구이자, 2차전 선발 재크 스튜어트의 한국무대 데뷔 첫 완투공을 외야 관중석으로 던져버렸다. 다행히 NC 팬의 도움으로 공을 회수할 수 있었지만, 팀의 역사적인 기념구를 자칫 잃어버릴 뻔했다.
김 감독은 김성욱에 대해 “어벙한 천재인 것 같다”며 껄껄 웃었다. 야구 센스를 타고나긴 했으나, 예측할 수 없는 엉뚱함이 있다. 그래도 김 감독은 김성욱을 아낀다. 코치들도 주력, 장타력, 수비력 등을 인정하고 있다. 특히 강한 어깨에서 뿜어져 나오는 정확한 송구는 일품이다. 김 감독은 “1실점을 막는 어깨”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처럼 김성욱은 NC 코칭스태프의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야구천재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 NC를 책임질 또 한 명의 예비스타라는 데는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