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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축투수 빠진 삼성 ‘배수의 진’…상대팀은 이기면 ‘운’, 지면 ‘조롱거리’ 찜찜
삼성이 만들면 다르다? 이젠 ‘이상한’ 시리즈를 만들 조짐이다.
삼성은 정규시즌 5년 연속 1위를 차지하며 한국시리즈(KS)에 직행했다. 지난해 달성한 사상 최초의 통합 4연패를 넘어 그 숫자를 하나 더 늘릴 기세였다. 초일류 기업에 초일류 야구단다운 거침없는 행보였다. 새롭게 한국야구사를 써 내려가고 있었지만, 엉뚱한 데서 사고가 터졌다. 삼성 소속 주축 투수들이 해외원정도박 스캔들에 연루되면서 KS 엔트리에서 제외된 것이다. 주력이 빠져나간 KS, 벌써부터 맥이 빠진다.
● 우승을 해도, 못해도 ‘이상할’ KS
삼성 김인 사장은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파장을 고려한 조치였지만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혐의를 받고 있는 주축 투수들의 KS 엔트리 제외라는 승부수를 빼들었지만, KS 자체가 어수선해진 것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장기 말로 치면 차(車)와 포(包)를 떼고 KS를 치러야 한다.
삼성과 맞붙을 팀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 우승에 좀더 가까워진 모양새다. 그러나 지독하게 따라붙을 ‘꼬리표’는 부담스럽다. ‘운 좋게 얻은 우승’이라는 따가운 시선이 불가피하다. 삼성에 패해 준우승에 그쳐도 차, 포를 뗀 팀에 패했다는 망신을 피할 수 없다. 가을야구 문턱도 밟지 못한 팀들마저 조소하고 조롱할 수 있다.
● 더 잃을 게 없는 삼성
삼성은 강하다. ‘외국인선발 듀오’ 알프레도 피가로와 타일러 클로이드가 건재하다. 좌완 선발 장원삼도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위용을 뽐낸 바 있다. 타선에는 손실이 없다. 오히려 시즌 막판 부상을 당한 이승엽과 구자욱이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군 제대 후 복귀한 배영섭도 그 뒤를 받친다. 삼성은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대신, 상대팀은 여러모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구도가 됐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