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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사이버보안법 팽개쳐 北 해커에 문 열어준 국회의원들

입력 | 2015-10-22 03:00:00


북한이 최근 청와대와 외교안보 부처, 국회 내 컴퓨터에 대한 해킹을 시도했다고 국가정보원이 20일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밝혔다. 청와대와 정부 부처에 대한 해킹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국회의원 3명과 보좌진 11명의 컴퓨터는 해킹을 당해 9월 말과 10월 초 실시됐던 국정감사 자료가 유출됐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북한 해커부대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국회는 2008∼2012년 9월에도 국방위(63건), 외통위(58건), 정보위(17건) 등 안보 관련 상임위 의원실에서 북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138차례 해킹을 당했다. 국회사무처는 외부와 분리된 업무망으로 보안이 필요한 업무를 처리하라고 주문하지만 의원, 보좌진이 개인 컴퓨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보안에 취약하다. 이번에 해킹을 당한 새누리당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길정우 의원(산업통상자원위·전 외통위원)과 국방위 소속 장성 출신 의원은 해킹당한 사실조차 몰랐다. 정부의 사이버 테러 대응 역량을 질타하는 의원들이 정작 외교안보처럼 중요한 국가 정보가 담긴 자료들을 북한 해커의 공격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방치한 것이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비영리단체 ‘소프트웨어얼라이언스’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사이버 보안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한국에 대해 전방위 사이버 테러를 벌일 수 있는 이유를 ‘방어에 초점을 맞춘’ 한국의 사이버 보안 전략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민관 협력 시스템도 부족해 31개 항목 중 8개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미국은 북한이 지난해 11월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를 해킹했을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경고한 뒤 북한의 주요 웹사이트를 공격하는 사이버전을 펼친 바 있다. 청와대나 국회 같은 국가의 심장부를 해킹하는 북의 사이버 공격에 언제까지 속수무책 당하고만 있을 건가. 청와대가 공세적인 대응까지 포함한 종합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북한은 6000여 명의 정규 사이버 전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원전, 철도, 지하철 등 국가 핵심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늘려가고 있다. 그런데도 2013년 4월 발의된 사이버테러방지법안은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야당이 반대해 2년 6개월째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주요 국정 관련 정보가 모이는 국회의원실의 컴퓨터에 북한 해커가 들락날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해 국가 차원의 사이버 안보 강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