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년만에 40대 하원의장 유력 美정가 ‘제2의 케네디’ 열광… 45세에 8선 이룬 ‘워싱턴 몸짱’ 주말엔 꼭 가족과 함께 보내
미국 공화당의 ‘40대 기수’가 공화당 살리기에 나섰다. 공화당의 차세대 간판인 폴 라이언 하원의원(45·사진)이 존 베이너 하원의장의 중도 사퇴로 공석이 된 하원의장직을 수락하기로 한 것. 라이언 의원은 20일 저녁 공화당 지도부와 비공개 회동을 가진 뒤 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이 나를 지지하면 의장직을 맡겠다”며 조건부 수락 의사를 밝혔다.
대통령, 부통령에 이은 미국 내 권력 3위의 요직인 하원의장에 그가 당선되면 1841년 존 화이트 이후 174년 만에 40대 하원의장이 탄생하는 것이다. 20세기 들어서는 처음이다.
미 정가는 174년 만의 40대 하원의장 탄생에 열광하는 분위기다. 그가 ‘의회의 케네디’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40대에 이미 8선을 이룬 입지전적 정치 경력, 미치 매코널(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 노회한 정치인들이 득실대는 워싱턴에서 유독 돋보이는 그의 젊은 이미지가 의회에 새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
그는 공화당의 떠오르는 스타이지만 처음에는 하원의장직을 고사했다. 베이너 사퇴 후 승계가 유력했던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가 “벵가지 특위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노린 것”이라는 실언 후 낙마하자 공화당 원로들은 라이언이 대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음 달 3일로 다가온 국가부채한도 증액 협상, 이미 시한을 한 번 연장한 2016년 회계연도(10월 1일∼내년 9월 30일) 예산안 협상 등 현안이 산적한 만큼 누군가 빨리 의사봉을 쥐어야 공화당의 자중지란을 막을 수 있기 때문. 하지만 라이언 의원은 세 차례 성명까지 내며 “의장직을 맡지 않겠다”고 버텼다.
그가 그동안 의장직을 고사한 것은 몸값 올리기와 동시에 대선 도전 스케줄과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워싱턴 정가에선 유력하다. 그는 2012년 대선에서 이미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를 위한 부통령 후보를 맡았을 만큼 최종 목표를 백악관에 이미 정조준한 상태다.
아직 45세에 불과하고 지역구이자 고향인 위스콘신 제인스빌에서 내리 8선을 한 그는 중앙 정치무대에서 20년 이상은 거뜬히 활동할 수 있는데, 의장직을 맡게 되면 최종 목표인 대통령직 도전에 그만큼 빨리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 내년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최소 4년, 길게는 8년간 백악관 주인 자리에 도전할 수 없는 만큼 일찍 하원의장을 거머쥐면 정작 대선에 나설 때는 ‘전직 의장’ 신분이 될 수밖에 없다.
그는 하원 예산위원장을 맡을 정도로 바쁘지만 주말이면 지역구로 돌아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의장직 수락 조건 중 하나로 “하원의장이 1년 중 100여 일을 길바닥에서 보내지만 나는 주말만큼은 아내와 10대인 세 자녀와 시간을 보내겠다. 이에 토 달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