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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세 라이언 ‘공화당 구하기’… 美정계도 40대 돌풍

입력 | 2015-10-22 03:00:00

174년만에 40대 하원의장 유력
美정가 ‘제2의 케네디’ 열광… 45세에 8선 이룬 ‘워싱턴 몸짱’
주말엔 꼭 가족과 함께 보내




미국 공화당의 ‘40대 기수’가 공화당 살리기에 나섰다. 공화당의 차세대 간판인 폴 라이언 하원의원(45·사진)이 존 베이너 하원의장의 중도 사퇴로 공석이 된 하원의장직을 수락하기로 한 것. 라이언 의원은 20일 저녁 공화당 지도부와 비공개 회동을 가진 뒤 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이 나를 지지하면 의장직을 맡겠다”며 조건부 수락 의사를 밝혔다.

대통령, 부통령에 이은 미국 내 권력 3위의 요직인 하원의장에 그가 당선되면 1841년 존 화이트 이후 174년 만에 40대 하원의장이 탄생하는 것이다. 20세기 들어서는 처음이다.

미 정가는 174년 만의 40대 하원의장 탄생에 열광하는 분위기다. 그가 ‘의회의 케네디’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40대에 이미 8선을 이룬 입지전적 정치 경력, 미치 매코널(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 노회한 정치인들이 득실대는 워싱턴에서 유독 돋보이는 그의 젊은 이미지가 의회에 새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

영화배우를 연상케 하는 외모의 라이언 의원은 가는 곳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왔지만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긴 정치 여정을 뛰기 위해 ‘P90X’라는 고강도 실내 트레이닝을 매일 거르지 않아 ‘워싱턴 몸짱’으로 통한다.

그는 공화당의 떠오르는 스타이지만 처음에는 하원의장직을 고사했다. 베이너 사퇴 후 승계가 유력했던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가 “벵가지 특위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노린 것”이라는 실언 후 낙마하자 공화당 원로들은 라이언이 대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음 달 3일로 다가온 국가부채한도 증액 협상, 이미 시한을 한 번 연장한 2016년 회계연도(10월 1일∼내년 9월 30일) 예산안 협상 등 현안이 산적한 만큼 누군가 빨리 의사봉을 쥐어야 공화당의 자중지란을 막을 수 있기 때문. 하지만 라이언 의원은 세 차례 성명까지 내며 “의장직을 맡지 않겠다”고 버텼다.

그가 그동안 의장직을 고사한 것은 몸값 올리기와 동시에 대선 도전 스케줄과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워싱턴 정가에선 유력하다. 그는 2012년 대선에서 이미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를 위한 부통령 후보를 맡았을 만큼 최종 목표를 백악관에 이미 정조준한 상태다.

아직 45세에 불과하고 지역구이자 고향인 위스콘신 제인스빌에서 내리 8선을 한 그는 중앙 정치무대에서 20년 이상은 거뜬히 활동할 수 있는데, 의장직을 맡게 되면 최종 목표인 대통령직 도전에 그만큼 빨리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 내년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최소 4년, 길게는 8년간 백악관 주인 자리에 도전할 수 없는 만큼 일찍 하원의장을 거머쥐면 정작 대선에 나설 때는 ‘전직 의장’ 신분이 될 수밖에 없다.

그는 하원 예산위원장을 맡을 정도로 바쁘지만 주말이면 지역구로 돌아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의장직 수락 조건 중 하나로 “하원의장이 1년 중 100여 일을 길바닥에서 보내지만 나는 주말만큼은 아내와 10대인 세 자녀와 시간을 보내겠다. 이에 토 달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