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는 승복 연설이 나온 뒤에 승리 연설을 한다. 후보의 연설문 팀은 대개 승리와 패배, 두 개의 연설문을 준비한다. 승복 연설은 통합을 강조하면서 품위와 겸손 등 3대 요소를 갖춰야 한다. 2000년 대선에서 연방대법원 판결로 승리를 ‘빼앗긴’ 앨 고어는 “법원 결정에 결코 동의할 수 없으나 받아들인다”는 승복 연설로 국민에게 감동을 줬다. “방금 전 부시 후보와 통화해 43대 대통령이 된 것을 축하드렸다. 그리고 이번엔 절대 다시 전화 걸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는 첫 대목은 널리 회자됐다. 당초 개표방송을 보고 부시에게 축하 전화를 걸었다가 방송사의 잘못된 예측이란 사실을 알고 또 전화를 걸어 축하를 번복했던 과거를 빗댄 것이다.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섰다 이명박 후보에게 졌던 박근혜 대통령도 승복 연설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저 박근혜, 경선 패배를 인정합니다. 그리고 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합니다. … 당의 정권 창출을 위해 힘을 합쳐 주십시오. 꼭 부탁드리겠습니다. 경선 과정의 모든 일들, 이제 잊어버립시다. 하루아침에 잊을 수가 없다면 며칠 몇 날이 걸려서라도 잊읍시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